독신인 샐러리맨 채정기씨(34.증권업)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앞 편의점을 찾는다. 테이크아웃용으로 포장된 생식을 사기 위해서다. 편의점에서 채씨가 즐기는 것은 생식외에도 스낵을 비롯해 아이스크림,샌드위치,어묵 등 가지각색이다. 모두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것들이다. 증권업에 종사하는 그이지만,요즘 채씨는 점심시간을 거르는 법이 없다. 점심시간까지 장세를 분석하느라 끼니를 건너뛰던 것은 옛말이 됐다. 비결은 테이크아웃 점심메뉴 덕분이다. 채씨는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동료에게 부탁해 비빔밥이나 샌드위치 도시락을 시켜먹는다"고 말한다. 테이크아웃맨이라는 애칭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배달음식과는 달리 예쁜 용기에 담겨져 있어 보기도 좋을 뿐아니라,뒷처리도 깔끔해 갈수록 입맛이 붙는다는 게 채씨의 설명이다. 점심시간 간혹 짬이 날 경우 회사앞 트럭 카페(이동식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2천5백원짜리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기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 퇴근길에도 채씨의 "테이크아웃 순례"는 멈추지 않는다. 백화점 식품매장에 있는 중국식당에 들러 잡채밥과 탕수육을 사가는 것.근처 중국집과는 차원이 다른 중국요리를 방수용기에 담아 분당에까지 가져가는 것은 그만의 즐거움이다. 테이크아웃 열풍이 생활문화를 바꾸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불기시작한 테이크아웃 바람은 패스트푸드점,한식집,중국음식점 등 외식업계로 번지고 있다. 테이크아웃 메뉴가 약방의 감초처럼 생겨나더니 테이크아웃 스낵,아이스크림 등 제조업계로도 급속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테이크아웃 와인까지 등장했다.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이 테이크아웃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열풍의 시작은 고급 커피전문점에서 비롯됐다. 그 중심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99년 한국에 상륙한지 3년여 만에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테이크아웃 문화의 중심축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대앞 1호점에서 시작,현재 58호점까지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85개의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테이크아웃 컨셉트는 서구식 자유주의와 편리함,고급스러움 등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의 취향과 맞아 떨어지면서 일종의 문화코드로도 부상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성공하자 시애틀즈 베스트,커피빈,세가프레도,글로리아진스,자바,할리스 등 커피전문점이 속속 시장에 가세했다. 테이크아웃 커피 천국이 된 것이다. 이에따라 테이크아웃형 고급 커피전문점이나 까페는 2000년 8백개 수준에서 지난해 1천5백여개로 두배가량 폭증했다. 올해는 최소 2천여개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테이크아웃 문화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시초로 외식업 전반은 물론,먹거리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산업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동네 치킨점이 외식업의 효시라면,최근에는 비빔밥,칼국수,중국음식 같은 전문점들도 테이크아웃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동식차량에 기기를 싣고 버블티 아이스크림 생과일주스 등을 파는 초소형 테이크아웃 매장도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형태의 편의점을 갖추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주유소도 운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창업시장에서 "미니점포"열풍으로 이어졌다. 2~5평내외의 초소형 점포만 있어도 테이크아웃을 접목할 경우 대형매장 부럽지 않은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물까지 담을 수 있는 포장용기를 개발해 샌드위치,핫도그,어묵,도시락 비빔밥 등을 판매함으로써 테이블을 따로 설치할 공간이 필요없는 것이다. 덕분에 형편이 넉넉치 않은 창업자들은 적은 투자금으로 어엿한 사장이 될 수 있는 소자본 창업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백화점 외식코너도 테이크아웃형으로 속속 변모하고 있다. 오이시오꼬노미,푸이 익스프레스 등을 갖춘 롯데백화점의 경우 50여평 정도였던 테이크아웃 매장이 2백평이상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매출도 5억원에서 18억원 이상으로 4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