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CTO(최고기술책임자)들이 뜨고 있다. 연구개발(R&D)의 방향을 결정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진두지휘하는 CTO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CTO의 활약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과 에릭슨 인텔 등 해외 유명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CTO를 중심으로 한 R&D에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CTO제도를 더욱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의 CTO 삼성은 국내 기업중에서 CTO제도를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이 그룹 전체 CTO를,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부문 CEO겸 CTO를 맡아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윤 부회장 아래에는 CTO 전략실이 개설돼 반도체 통신 디지털미디어 등 분야별로 스태프 역할을 한다. 이문용 부사장,천경준 부사장,박노병 전무 등이 각 부문별 CTO를 맡아 윤 부회장을 돕는 구도다. LG전자는 지난 95년 1월 당시 서평원 전무를 CTO로 공식 임명하고 제도를 본격 도입했다. 현재 4명의 사장가운데 디지털TV 부문을 총괄하는 백우현 사장이 CTO를 맡고 있다. 백 사장은 전자기술원 생산기술원 디자인연구소등 LG전자의 각 연구소도 책임지고 있다. 해외 유명기업의 CTO제도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대부분 CTO제도를 도입,실시하고 있다. 스웨덴 에릭슨의 경우 CTO가 CEO를 보좌하면서 연구개발 관련 4개 분야(리서치.기술전략.일반기술.기술 아웃소싱)를 총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파트인 기술전략 부서는 기업 연구개발의 3개 축(Research.Development.Engineering)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CTO는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각 사업부에 인적.물적 자원을 배분하고 조정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에릭슨 CTO의 권한은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인텔은 80년대부터 실질적으로 CTO제도를 운영했지만 공식적으로 채택한 것은 2001년 9월이다. 현 CTO 패트릭 겔싱어는 크레이그 배럿 회장에게 관련 업무를 직접 보고한다. 미래 컴퓨팅기술,네트워킹,커뮤니케이션기술 등을 총괄,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힘을 쏟는다. 장기 과제 설정도 그의 몫이다. 회사 직제 상으로는 인텔의 기술그룹(CTG)을 총괄하면서 아키텍처 랩과 리서치센터 등 핵심 파트를 관장한다. CTO제도 더욱 보완해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제조업체 5백1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식적으로 CTO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14개사에 머물렀다. 23개사는 공식적으로 CTO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대신 부설연구소장이나 이공계 출신 임원에게 CTO역할을 맡기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결과 CTO체제를 갖추고 있는 회사는 7.1%(37개사)에 그쳤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아직까지 보잘 것 없다. 그러나 CTO가 최근들어 도입됐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보급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CTO제도가 국내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CTO에게 기술 관련 권한(예산,인사권)을 부여하고 R&D투자의 총책임자로서의 위상을 확실하게 정립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CTO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해주고 CTO를 양성하는 코스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