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파업으로 23개월만의 최고 수준까지 오른 국제 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크리스마스인 25일 문을 열지 않는 뉴욕상품거래소가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부터 야간 인터넷 거래에 들어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세계 5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파업으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 BNP 파리바의 석유 중개업자인 톰 브렌츠는 "추세는 여전히 상승 국면"이라고 진단하고 "크리스마스 휴일이 끝난 뒤에도 베네수엘라의 파업이 계속된다면 배럴당 34달러까지 상승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 22센트가 상승한 배럴당 31.97달러에 거래를 마쳐 폐장가 기준으로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시세를 기록했다. WTI는 베네수엘라 파업이 시작된 지난 2일 이후 17%가 상승했다. 올 들어 국제 유가는 이라크 전쟁에 따른 수급 차질 우려 등으로 베네수엘라의 파업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이미 지난해보다 36%가 올랐으며 베네수엘라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상승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알리 로드리게스 사장은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파업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내년 1월 중순까지 복귀할 것이라며 석유 수출도 내달 중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라시오 메디나 국영 석유회사 노조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내달 중 모두복귀해도 석유 수출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한 4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파업으로 미국의 석유 재고량이 330만-410만배럴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파업은 휘발유와 난방유 등 다른 석유류 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파업 돌입 이후 뉴욕항에서 휘발유의 현찰 도매 시세는 27%나 올랐으며 난방유 가격도 19%가 상승했다. 세인트 루이스에 있는 A.G. 에드워즈의 빌 오그래디 선물연구부장은 일부 정유회사는 비(非) 베네수엘라산 등급으로 갑자기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가동을 단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국영 석유회사 사장은 파업 이전에는 하루 3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240만배럴(미국 120만배럴)을 수출했으나 현재의 산유량은 하루 20만배럴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