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를 제소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이중적인 행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10월 한국정부의 D램산업에 대한 보조금지급여부와 관련, 하이닉스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뒤 대외홍보에서 자사의 재무상황을 이중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업계에 의해 파악되고 있다. 하이닉스와 관련해서는 `청산되어야 할 기업 때문에 마이크론이 곤경에 처해 있다'고 강공을 펼치면서도 투자자를 상대로 한 실적발표에서는 자사의 우량성을 부각하고 화려한 비전을 인식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흠집내기= 스티브 애플턴 회장(CEO)은 지난달 ITC 공청회에서 "하이닉스는 사실상 부도상태며 한국정부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지난 13일에는 "(적자누적으로) 1년이상 개인적으로 아무런 보수를 못받았다"고 토로했다. 애플턴 회장은 "미국내에 1만3천명의 직원이 있지만 여러 방법을 통해 일시 해고를 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클 새들러 부회장도 "반도체 가격 하락은 한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을 받은 제조업체들에 의한 과다공급 때문"이라면서 "판매와 이익창출이 점점 어려워져 R&D 및 설비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서는 "매출원가 조차 감당할 수 없으며 R&D를 부채와 보유현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말바꾸기= 새들러 부회장은 지난 9월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가격저하는 계절적 요인의 PC수요 저하, 시스템에 사용되는 메모리양의 감소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재무담당 부사장은 이자리에서 "올 4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56% 올랐고 영업손실도 절반이상 줄었으며 현재 11억달러가 넘은 현금과 투자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애플턴 회장은 올초 하이닉스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기술력과 생산력을 높이 평가했고 99년부터 2001년까지 5천400만달러의 현금과 4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론의 인력도 99년부터 올해까지 9천800명에서 1만2천900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하이닉스의 대응=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전형적인 양면성을 들러내고 있다"면서 "왜곡논리로 한국 기업을 공격해 이익을 얻으려는 `탐욕'스런 행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같은 마이크론의 이중적인 태도가 8분기 연속적자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면서 `하이닉스 죽이기'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전술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법무팀과 홍보팀을 최대한 가동, 공청회와 현지 언론을 통해 마이크론의 이같은 양면성을 최대한 부각시킬 방침이다. 한편 한국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관련, 미 상무성(DOC)은 내년 1월 25일 예비판정을, 4월, 5월 상무성과 ITC가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며 패소할 경우 하이닉스는 '관세 예치명령'에 따라 거액의 비용부담을 지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