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개인부문이 부동산투기와 소비증가 등으로금융 차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자금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이 무색해졌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자금순환동향(잠정)'은 금융시장의 자금이 기업을 제치고 가계부문으로 급속히 쏠리는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개인부문은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 차입이 27조원으로 급증한 반면 저축.주식투자 등 자금 운용은 오히려 감소, 2분기 연속 자금부족 현상을 빚었다. 지난 85년이후 개인부문이 자금부족 현상을 빚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저축에비해 투자나 소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중된 개인부문 부채 3분기중 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개인부문 자금차입은 전분기(25조5천억원) 보다늘어난 27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개인 자금차입은 작년 4분기 24조9천억원에서 올 1.4분기 23조8천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세다. 반면 저축.유가증권투자 등의 자금운용은 21조8천억원으로 전분기(24조1천억원)에 비해 감소했고 이에따라 5조2천억원의 자금부족이 발생했다. 통상 개인부문은 저축이 투자나 소비보다 많아 기업이나 정부부문의 자금공급원역할을 해왔으나 올들어 2.4분기 이후 연속 자금 부족을 나타났다. 개인부문의 자금부족은 85년 2.4분기에도 한차례 있었지만 당시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생계형 대출이 많았기 때문이지 부동산 투자 자금 급증 등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이처럼 자금차입이 급증하면서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9월말 현재 개인부문의 전체부채(상거래신용 등 비이자 부채 제외)는 435조6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때에 비해98조5천억원이 늘었다. 개인부문의 전체 금융자산 잔액(931조5천억원)이 금융부채의 2.14배 수준이어서아직은 여유가 있다고하나 고액 부채가 중.하층 가계로 편중돼 있어 신용불량자 급증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대책의 영향으로 4.4분기엔 개인부문의 차입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조성종 경제통계국장은 "가계대출은 7월이후 월 5조∼6조원의 증가폭을 보였으나 11월엔 2조1천억원으로 크게 둔화되는 등 증가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4분기엔 개인부문의 자금차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부문 투자부진 지속 이처럼 돈이 개인부문으로 몰리고 기업여건 불투명으로 설비투자 등이 위축되면서 기업부문의 차입 증가폭은 둔화되고 있다. 3분기중 기업부문의 차입금은 18조9천억원으로 전분기(19조3천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이는 주식과 회사채발행 등 직접금융조달은 9조5천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천억원 증가한 반면 은행 차입은 9조1천억원으로 3조3천억원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반면 금융자산이 늘면서 자금운용규모는 14조4천억원으로 전분기(12조6천억원)에 비해 확대됐다. 기업들이 수익성 향상으로 자금여력은 늘었으나 투자가 활기를띠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기업의 실수요자금 부족분은 4조5천억원으로 전분기(6조7천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올 해 기업의 자금부족액은 1분기 7조6천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있다. 조성종 경제통계국장은 "내년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4분기 들어서도 기업의설비투자가 활성화되지않아 당분간 기업부문의 자금조달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부문의 전체 부채규모는 663조3천억원으로 전분기(652조1천억원)에 비해 별로 늘지않았다. 한은은 기업부문의 부채 증가는 중소기업대출이 그나마 활기를 띠고 있기때문이며 대기업대출은 늘지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