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의 분리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전.현직 장관과 기업회장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공신뢰 및 민간기업위원회(The Commission on Public Trust and Private Enterprise)"는 23일 회장과 CEO의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회장과 CEO의 업무분리는 곧 회장과 CEO의 겸직금지로 기업지배구조의 일대 혁신을 예고한다. 회장은 이사회를 주재해 임원인사 및 보수와 인수합병 등을 결정하고 CEO는 경영전략을 수립.집행한다. ◆회장·CEO 분리는 신뢰회복의 요체=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건전한 경영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회장·CEO 분리론의 근본 취지다. CEO가 이사회 회장을 겸할 경우 이사회에 압력을 넣어 스톡옵션과 연봉 등 경영진의 보수를 마음대로 정하고,회계장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론 월드컴 타이코의 회장겸 CEO들은 독단적 경영과 분식회계를 일삼다 회사를 망하게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회장과 CEO 겸직시 경영권자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 경영이 독단화되면서 실패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분식회계와 경영실패 등으로 추락한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회장·CEO 분리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위원회는 내년초 회장·CEO 분리안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회장·CEO 분리는 대세=이 위원회는 기업개혁을 위해 지난 7월 설립된 단체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2명 위원들이 모두 미국 정·재계의 거물들이기 때문이다. 존 스노 재무장관 지명자와 피터 피터슨 전 상무장관이 공동위원장이며,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앤디 그로브 인텔회장,아서 레빗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위원장,존 빅스 미 교원연금펀드회장 등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에 앞서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할 것을 제안,기업들의 공감을 얻었다. 따라서 회장·CEO 분리안은 앞으로 법적인 강제규정이 되지는 않더라도 기업들 사이에서 자율합의 사항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회장·CEO 분리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영국의 경우 거의 모든 기업에서 회장과 CEO가 분리돼 있고,일본의 분리율도 60%에 이르는 등 그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면 미 기업들의 분리율은 30%로 매우 낮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