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강한 달러'에 맥을 못추던 유로화가 올해는 각종 호재로 훨훨 날았다. 유로권 12개국의 단일통화로 1999년 1월1일 도입된 유로화는 통용된지 불과 며칠만에 1.1885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화려하게 출발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유로화는 2000년 10월26일 사상최저치인 0.8230달러로까지 곤두박질쳤고 작년까지 이러한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올들어 유로화는 환골탈태, 연간 달러화에 대해 15%나 치솟았고 지난 20일 오후에는 1.0267달러를 기록하면서 확고한 우위를 지켰다. 올해 유로화가 달러화와의 간격을 좁혀 결국 1대1 동률을 깨고 우위에 서게 된 것은 이라크 전쟁 발발 우려가 고조되면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된데다 미 경제의 모멘텀이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년 1월1일 유로화 지폐와 동전이 첫선을 보인 것도 유로화의 '기분좋은 출발'에 크게 기여했다고 코메르츠방크의 카말 샤르마 연구원은 설명했다. 실제 화폐가 나오기 전에 유로화는 지불수단으로만 사용됐었다. 샤르마 연구원은 "유로화 지폐와 동전이 나오면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으나 결과적으로는 무척 순조롭게 정착했고 역내 인플레 상승 압력도 예상했던만큼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로화는 지난 1월초 0.9063달러로 올랐다가 한때 약간 떨어지기도 했으나 꾸준한 상승기조를 이어가면서 지난 7월19일에는 도입후 최고치인 1.0230달러까지 '비상'했다. 샤르마 연구원은 올해 유로화 강세의 요인으로 ▲미국과 다른 곳의 금리차 확대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의 유로권 선호 ▲증시 침체에 따른 달러화의 동반 하락세등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미국과 다른 지역의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또 미 주식시장 폭락세와 불투명한 미 경제전망 등이 겹치면서 미국 자산에 즐겨 투자하던 유럽 투자가들이 유로권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추가 테러공격 및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미 경제전망의 불확실성 등 각종 리스크 요인으로 미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달러화가 동반약세를 보였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올해의 외환시장 흐름을 더 정확히 읽으려면 유로화 강세보다는 달러화약세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HBOS 은행의 스티븐 피어슨 연구원은 올해 달러화의 약세 요인으로 미 경제전망에 대한 우려 지속과 이라크와의 대결국면 등 정세의 추이에 따른 리스크 부담 등을 들었다. 그는 "이러한 요인들이 올해 줄곧 달러화의 힘을 소진시킨 반면 유로화에는 혜택을 줬다"고 설명했다. 달러화는 특히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실망스러운 수준인 것으로 발표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아 12월 중순 유로화 환율이 1.0250달러를 넘어섰다. ABN 암로 은행의 애널리스트 아지즈 맥마흔은 유로의 환율이 1.05달러선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지면 "유로-달러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다시 예전처럼 큰 격차가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런던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