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불안 등으로 채용시장 침체를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채용시장이 지난해보다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기업 선호 현상과 구직자의 중복지원 등으로 채용경쟁률은 예년 못지않은 높은 수준을 유지해 구직자들이 실제 겪어야 했던 '체감 채용지수'는 이보다훨씬 낮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공계 기피 현상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구직자들의 취업문은 더 넓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늘어도 경쟁은 '치열' =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상장.등록사 27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밝힌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기업의 올해 채용규모는 총 3만5천976명으로 지난해 2만8천514명보다 26%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계가 가장 크게 늘어 74%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는 구조조정으로 한동안 '젊은 피'를 수혈하지 못했던 금융기관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부동산경기의 호황을 누렸던 건설업계(64%), 치열한 점포 확대경쟁을 벌였던 외식.식음료업계(63%), 세계 5대 자동차업체를 꿈꾸는 현대.기아차가 대규모 채용을단행한 자동차.조선업계(45%)도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세계 IT(정보기술)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정보통신업계의 채용은 지난해보다 7%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 해소에 큰 역할을 한 정보통신 분야가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기업 채용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늘렸으나 최고경쟁률이 340대 1(INI스틸)에 이르는 등 취업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이 꼽혔다. 구직자들의 여전한 대기업 선호 현상과 경기 불안정으로 취업 규모를 줄일 것을우려한 구직자들의 중복지원, 기업들의 경력자 선호 등으로 인해 취업경쟁률은 크게높아졌다. 인크루트의 이광석 사장은 "비교적 채용이 활발했던 한해였으나 구조적 문제로인해 청년 취업난도 극심했다"며 "내년 상반기 채용시장은 불투명하지만 2.4분기 이후부터는 채용시장이 차츰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공계 취업문 더 넓었다 = 인크루트가 18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총 채용인원 8천274명중 이공계 필요인원이 3천883명(47%)에달한 반면 인문계 인원은 3천521명(43%)으로 이보다 적었다. 이공계 채용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자동차.조선.기계 분야로 80%에 달했으며건설(73%), 전기전자(61%), 제약(56%), 정보통신(52%) 등이 뒤를 이었다. 이공계 취업문이 인문계보다 더욱 넓은 반면 최근 대학입시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일선 고교의 교육과정과 진학지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8년 43%에 달하던 대학수능시험의 자연계 응시비율은 99년 40%, 2000년 35%, 지난해 30%, 올해 32%로 감소해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인크루트의 최승운 팀장은 "기업에서 최근 심혈을 기울여 영입하고 있는 핵심인력의 대부분은 R&D(연구개발)와 엔지니어 분야"라며 "이러한 기업 수요를 따라가지못하는 교육기관의 인력 배출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