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유가 안정작업에 착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 누아이미 석유장관은 22일 "오는 1월 중 OPEC이 원유 증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아랍석유장관회의 참석차 이집트에 도착한 그는 "OPEC은 석유부족 사태를 예방하고 시장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OPEC의 유가밴드 메커니즘(목표가격대)을 발동하겠다는 것이다. ◆OPEC의 자동적 증산체제=OPEC은 바스켓가격(OPEC산 원유의 평균가격)이 배럴당 22~28달러사이에서 움직이도록 산유량을 조절하는 유가밴드메커니즘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격이 연속 20일(거래일기준)이상 22달러 이하이면 산유량을 줄이고,28달러 이상이면 산유량을 늘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는 OPEC의 내부 합의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바스켓가격이 28달러를 넘어선 적이 더러 있었지만 증산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OPEC이 발빠르게 증산방침을 밝힌 것은 그만큼 유가불안 요인들이 많고 강하다는 방증이다. ◆증산효과는 불투명=베네수엘라와 이라크를 제외한 OPEC회원국들의 증산여력은 하루 3백50만배럴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 여력은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규모다. 20일째 총파업 중인 베네수엘라는 파업전 하루에 3백5만배럴을 생산,이중 2백40만배럴을 수출했다. 그러나 미국-이라크전이 발발,이라크와 베네수엘라 원유생산이 동시에 중단될 경우에는 5백5만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진다. 이때는 OPEC이 증산해도 세계석유 공급은 약 1백50만배럴 부족하다. 따라서 OPEC의 증산효과는 반반이다. 증산시점에 베네수엘라나 이라크 중 하나만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면 유가상승세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양국의 석유생산이 동시에 중단될 경우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