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다.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춰야 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와 규범도 지켜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퇴출되고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조화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기업은 특정한 법규와 제도를 통해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 움직이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속성을 도외시하고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정책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또 규제가 엄격할수록 변칙적인 예외를 양산하게 되며 효율성만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집단소송제와 책임경영과 투명성,공정 공시제도 등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선진 제도를 급진적으로 도입하기보다 국내 여건과 문화에 부합하는 제도를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자국의 문화와 결합되지 못하는 기업제도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인수합병(M&A) 정보의 사전공시와 연결재무제표의 분기 제출,임원보수의 공개 의무화 등도 마찬가지다. 소액주주와 주채권자를 위한 투명성 제고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윤의 원천이 불투명한 경영을 통해 창출되는 것은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은 공공성을 본질로 하는 조직이 아니라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아무리 투명한 기업이라도 이익을 내지 못하면 사라지는 '시장의 법칙'에 비춰볼 때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도입은 또다른 혼란만 불러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