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테이프를 만들어 미국의 3M과 같은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2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지난 9월기업경영자로 변신한 조영기(53) 영진테이프 대표이사는 기능성 테이프분야에서 국내 최고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지난 79년부터 국방부 조달본부에서 구매관으로 일해왔다. 총포 통신장비 유류 등 군에서 필요한 각종물품을 사들이는 게 그의 업무였다. "조달본부에서 1년에 구매하는 물품의 종류는 1만2천여가지를 넘습니다. 대부분 종이박스에 담겨 테이프로 포장돼 들어오죠. 물건을 꺼내고 나면 테이프와 종이박스가 뒤엉켜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기 일쑤죠. 이렇게 버려지는 테이프는 환경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그는 기존 테이프의 원료인 BOPP 필름과 유성점착제가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확인, "지난 98년부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고 털어놨다. 그는 1년반 넘게 연구에 몰두하면서 2백회가넘는 실험을 했다. 연구소와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톨루엔 등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친화적 점착제를 개발해냈다. 또한 이 점착제를 이용한 종이테이프를 개발, 종이박스에서 테이프를 떼지 않고도 바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화학시험연구소로 부터 점착제와 종이테이프의 접착력 유지력 내열성 내한성 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나니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특허 3건을 출원하고 충북 음성에 공장을 지었어요." 그는 지난해 4월 준공된 공장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 20여가지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난달까지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엔 1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대표는 "종이테이프의 가격이 기존 테이프에 비해 1.8배나 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들이 꺼리고 있다"며 "하지만 국방부 납품업체들을 중심으로 종이테이프에 대한 수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선 환경친화적 테이프의 사용이 의무화돼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므로 시장전망이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종이테이프에 이어 각종 기능성 테이프도 속속 내놓았다. 일반 테이프가 1백C가 넘으면 접착력이 떨어지는데 비해 영진테이프의 제품은 2백~2백50도에서도 견딜 수 있다. 기존 테이프는 또 영하 30도 이하가 되면 접착상태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영진테이프의 제품은 영하 70도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한다. 조 대표는 "이달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환경 관련 제품 전시회에 각종 테이프를 선보여 바이어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핀란드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일본 인도 등의 업체들과 수출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기능성 테이프를 계속해서 개발하겠다"며 "현재 마무리 개발단계에 있는 반도체 생산공정에 쓰이는 테이프를 2004년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043)877-4949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