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이 빼돌린 돈에 대한 세금, 깎아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을 때 '조세채권(미납세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통합도산법 제정 과정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법무부(통합 도산법 제정 추진부처)와 재정경제부(조세채권 소관부처)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최근 한보철강 ㈜한보 등 부실기업 매각 과정에서 조세채권이 막판 쟁점으로 불거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부는 통합도산법 시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부실 기업의 조세채권중 '인정상여로 인한 소득세'는 정리채권으로 분류, 채무를 재조정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같은 의견을 수용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인정상여로 인한 소득세'란 기업이 쓴 돈중 용처가 불분명한 돈은 모두 대표이사에게 상여금을 준 것으로 인정해 대표이사에게 그만큼 소득세를 더 물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임직원 소득세는 기업이 원천징수해 갖고 있어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결국 인정상여로 인한 소득세는 기업의 미납세금으로 간주돼 기업이 납세의무를 지게 된다. 최근 ㈜한보와 국세청은 수천억원대의 인정상여로 인한 소득세 부과문제를 놓고 소송을 벌인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채권 확보를 위해 법인세 조사를 벌여 '인정상여 소득세'를 확정하고 이 채권을 공익채권으로 분류, 다른 채권에 비해 우선 변제받아 왔다. 반면 법정관리 개시전에 확정된 다른 조세채권들은 기타 채권들과 같이 상환유예 등 채무재조정이 가능한 '정리채권'으로 분류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통합도산법 제정 취지는 회생 가능한 기업을 되도록 파산시키지 않고 법의 테두리안에서 다시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라며 "앞으로 인정상여 소득세도 정리채권으로 분류해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도 부실 기업주가 편법으로 사용한 돈에 대한 세금을 회사에 부과하는 것은 기업 회생이라는 도산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측은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 5일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인정상여 소득세는 회생절차 개시 후 확정되는 채권이기 때문에 개시 이후 발생한 조세채권, 임금채권, 거래대금채권 등과 마찬가지로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우선 변제받아야 한다"는 최종 의견을 전달했다. 법무부측은 그러나 "재경부가 시안 마련 때까지는 법무부 방안에 찬성했다가 최근 다시 입장을 바꿔 혼란스럽다"며 "재경부와 추가 협의를 통해 이르면 이달 말까지 정부안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진.김용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