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총파업이 15일째로 접어들면서 중추 산업인 석유산업은 물론 제조업 등 국가경제 전반이 마비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정부 시위대는 차베스 대통령의 부정축재 및 정실인사 등을 강력히 비난하며 이번주 중 대통령궁까지 가두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친(親)차베스 세력과의 정면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4월 군반대 세력의 쿠데타로 축출됐다가 2일 만에 다시 권좌에 복귀한 차베스는 이후 자신이 몸담았던 '제42공수여단'의 장성들을 대거 등용시켜 군을 친위세력화했다. ◆석유수출 마비 이어 제조업도 멈춰=지난 5일부터 40척의 유조선이 항구에 발이 묶이면서 석유수출이 하루 2백40만배럴에서 60만배럴로 크게 줄었다. 게다가 16일부터는 공장 등 주요 기간시설물의 가동도 중단됐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최대 제철공장인 시도르는 파업에 따른 연료부족으로 지난 주말부터 공장의 분야별 생산라인 가동을 하나둘씩 중단해오다 이날 공장을 완전 폐쇄했다. 이에 앞서 최대 국영회사인 페트롤레오스데베네수엘라(PDVSA)도 노조원의 파업가담으로 정유시설 6개가 모두 폐쇄됐다. 또 반 정부 시위대가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와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어 차량통행이 중단되고 연료난으로 국내선 항공기 운항도 멈춰 승객과 물품을 수송할 수 없는 '물류 대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반 차베스 세력들의 거점인 카라카스 동부 지역은 무정부 상태로 빠지면서 그나마 영업을 하던 몇몇 슈퍼마켓 등 상점들과 은행들이 문을 닫아 주민들이 생필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유혈 충돌 가능성=지난주 1백만명이 넘는 가두시위를 주도했던 '베네수엘라노동자연맹(CTV)'등 파업 지도부는 이번주 중 카라카스에서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까지 나아가는 대규모 가두행진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훌리오 가르시아 몬토야 군총사령관은 지난 2일 파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이번 반정부 시위는 단순한 파업을 벗어나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격적인 행위"라며 강경진압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차베스 대통령도 "쿠데타 기도세력들의 조기 사임요구를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대통령궁 앞에서의 시위가 전개되면 자동소총을 소지한 군부와 시위대들간의 유혈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