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총파업 반정부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면서 석유산업에 이어 최대 제철공장도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국가기간 산업이 마비된 가운데 군은 처음으로 병력 투입을 강력 시사하고 나서 대규모 유혈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국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야권의 `무기한 총파업' 위협은 계속되는 가운데 사법부 판사들에 이어 검찰총장도 반(反) 정부 대열에 합류했으며, 미국은 대통령 퇴진에 이은 조기 대선보다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 실시 방안을 제안했다. ▲국가기간 산업 마비 = 베네수엘라 최대 제철공장인 시도르(Sidor)가 3주째 접어드는 총파업에 따른 연료난으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현지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언론들은 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국영석유 등의 총파업이 15일째 계속되면서 연료를 구할 수 없어 지난 주말부터 시도르의 공정분야별 공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하다가 오늘 완전히 가동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남부 볼리바르주(州)에 위치한 민영 시도르 제철공장은 연산 350만t규모의 제강능력을 갖춘 공장으로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 채취부터 각종 강판을 생산해오고 있다. 시도르 제철공장의 가동중단으로 노조원 대부분이 총파업에 가담한 국영석유회사에 이어 베네수엘라의 기간산업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들어갔다. ▲軍 `총파업 진압 병력투입' 시사 = 반 정부 시위대에 맞서 차베스 대통령 지지자들도 `정부 지지 시위'에 나섰다. 특히 군 총사령관이 이날 이례적으로 특별담화문을 발표, 이번 파업이 "국가생존을 위협하는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군 병력 투입 등 군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혀 유혈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군 총사령관 훌리오 가르시아 몬토야 대장은 이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민에게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군은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붕괴를 위한 이같은 무모한 행위가 성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능력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몬토야 대장은 석유산업을 마비시키고 있는 이번 총파업이 단순한 파업을 벗어나 생산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사보타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그는 자신 지휘하에 있는 병력들은 차베스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국영석유회사(PDVSA) 파업은 국가의 주요한 수입원에 대한 파괴행위(사보타주)이며 동시에 국가 생존과 국가의 주요한 이익에 대한 공격행위"라고 강경한 어조로 경고했다. 지난 2일부터 총파업이 시작된 이래 군부가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반 정부 시위 지속 = 차베스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요구하는 베네수엘라 총파업이 15일째로 접어든 이날도 반 차베스 세력이 고속도로 점거 등 시위의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고무탄 발사 등 강경진압에 나선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반 정부 시위대는 이날 고속도로 위에 차량을 세우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뒤시위를 벌여 일부 고속도로의 통행이 마비됐으며, 수도 카라카스 시내 곳곳 도로에서도 장애물을 설치해 도로를 점거하는 등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시위대는 또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경찰서를 향해 `군인들은 물러가라' 외치며 진입을 시도했다. 국가경비대원들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고무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며, 도로 점거시위대를 해산하려 했으나 차베스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장소를 옮겨 도로 장애물을 다시 설치해 계속 도로를 점거하고 가두행진과 함께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특히 반 차베스 세력들의 거점인 카라카스 동부 지역은 거의 7시간 연속으로 계속된 반 정부 시위로 무법적 상황이 연출되면서 그나마 영업을 하던 몇몇 슈퍼마켓등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재계 및 노동계 지도자들이 이끄는 단체 `민주주의 조정'은 이날 성명을 통해 총파업 투쟁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시위를 계속해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천명했다. 특히 지난주 100만명이 넘는 가두행진 시위를 주도했던 파업 지도부는 이번주 카라카스에서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으로까지 나아가는 대규모 가두행진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궁 앞에서의 시위가 전개되면 자동소총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진 친 차베스 지지 시민들로 구성된 자체 무장대원들을 자극해 양측간 유혈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시위자들은 가정에 머무는 시민들에게 쇼핑 등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만 머무르거나, 아니면 시위대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팸플릿을 배포했다. 지방에서도 반차베스 세력은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차베스 지지세력 및 경찰과 대치하며 투석전과 욕설을 주고 받았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언론들은 또 카라카스 서쪽으로 500㎞ 떨어진 마라카이보 호에 정박중인 유조선 필린 레온의 파업 승무원들을 대신해 쿠바와 인도, 리비아 등 외국인 승무원 120명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총장 반정부 대열 합류= 이날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야권에 동조해 `파업'을 선언한 대법원 대법관들과 뜻을 같이 하며 반 정부 대열에 합류했다. 검찰총장실에서 발표한 성명은 차베스 정부에 대해 군이 `강제로 접수한' 수도카라카스 경찰권을 카라카스 시정부에 이양하고 유조선 및 원유 수송 차량에 대한군 병력 투입 행위 등을 중단토록 요구한 법원과 검찰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국가내 모든 당국은 사법부의 결정과 검찰의 법령 집행을 존중하고 이에 복종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차베스 대통령은 군 지도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자신의 명령에 반하는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할 것을 지시했다. ▲美, 대통령 신임투표 제안 = 이날 미국 백악관은 조기에 선거를 실시하는 것보다는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국민의 의사가 경청될 수 있도록" 대통령 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신임투표와 관련한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3일까지도 조기 선거 실시가 위기를 해결하는 평화적이고도 정치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해온 미국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베네수엘라의 현행 헌법 규정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차베스 대통령은 내년 8월까지는 조기 선거를 실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헌법 규정을 들어 야권의 조기대선 실시 요구를 받아들 수 없다고 맞서 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