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인치 컬러 브라운관TV를 가지고 있는 김모(36)씨. 디지털 위성방송과 홈시어터 시스템이 보편화됐다는 말에 큰 맘 먹고 TV를 바꿔보려고 가전 매장을 찾았지만 제품을 고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TV=브라운관'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김씨는 프로젝션 LCD(액정표시장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등 다양한 영상장치들을 갖춘 TV들이 현란한 화면을 쏘아내는 것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는 주위의 말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TV가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방송,네트워크 홈시어터 시스템의 등장과 함께 디스플레이 장치의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대화면 TV가 안방을 파고 들고 있다. 한 때는 프로젝션TV가 대형 TV의 대명사였으나 최근엔 PDP도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고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도 50인치급 제품으로 속속 그 뒤를 쫓고 있다. 1백인치 이상 대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프로젝터도 시장을 넓혀가고 있고 FED(전계발광소자)라는 신개념의 디스플레이 장치도 브라운관 TV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같은 TV시장 판도 변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값싸게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겠다'는 것. 기본적으로 벽걸이TV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형광물질이 칠해진 진공관을 기본으로 한 브라운관이 TV시장의 주류였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40인치 이상의 크기를 제공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프로젝션TV는 적.녹.청색의 독립된 브라운관과 3개의 렌즈를 이용해 안쪽에서 스크린에 화상을 비추는 기술로 '크기'의 벽을 넘었다. 하지만 PDP TV가 나오면서부터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께 2~3mm 정도의 특수 유리판 사이에 네온.아르곤가스를 채우고 전기를 흘려 네온광이 발광하는 장치를 상용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최대 사이즈는 삼성SDI가 개발한 63인치 제품. 두 방식 모두 초기에는 화면 밝기(프로젝션TV)와 전력소비 발열 소음(PDP TV)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션TV는 LCD를 통해 스크린에 고화질 영상신호를 투사함으로써 고선명(HD) 화질을 구현하면서도 두께는 40cm 이하로 줄인 'LCD 타입'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경쟁력을 갖췄다. PDP TV도 발열과 소음 전력문제를 해결한 '팬리스(fanless)' 제품과 6백만원대(42인치 기준) 가격으로 대중화를 위한 기선잡기에 나섰다. PDP와 프로젝션이 양분할 것만 같던 50인치 이상 대형 TV시장에 최근 TFT-LCD가 도전장을 던졌다. 노트북PC 등의 모니터로 주로 쓰이던 TFT-LCD는 해상도에서는 지금까지의 디스플레이장치중 최고지만 40인치 이상은 상품화가 어려웠다. 하지만 올들어 52인치 제품까지 나오면서 PDP를 위협하고 있다. 내년중 46인치(삼성전자)와 52인치(LG필립스LCD)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아직 개발단계지만 FED도 차세대 영상장치 시장에 뛰어들 태세. 진공속에서 전자가 전계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한 FED는 초박형 절전형에다 해상도와 데이터 처리속도가 탁월해 LCD와 브라운관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패널두께가 4mm에 불과하면서도 화면크기의 제한을 받지 않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조(兆)단위의 천문학적 투자비가 들어가는 TFT-LCD와는 달리 브라운관 수준의 투자비만으로도 충분히 양산이 가능한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PDP 프로젝션 TFT-LCD 모두 제품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단점들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1~2년간 서로의 시장영역을 침투하면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