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D램에 대해 산업피해를 긍정하는 예비판정을 내림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의 인피니온에 이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한국산 D램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를 요구하면서 촉발된 이번 통상문제는 미국 상무부가 우리 정부의 보조금지급 여부에 대해 예비판정을 내리는 내년 1월이 최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15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미 ITC는 13일 위원회를 열어 참석자 전원찬성으로 한국산 D램에 대한 산업피해 긍정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예비판정인 만큼 절차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상계관세 조사는 산업피해판정은 ITC에서, 보조금판정은 상무부에서 각각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로 운영된다. 상계관세 부과는 우선 특정성 있는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따른 실질적인 산업피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만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판정보다는 내년 1월 25일께로 예정된 상무부의 보조금 지급여부에 대한 예비판정이 향후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가늠케 해 줄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 예비판정이 우리 정부가 D램 업계에 특정성 있는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인정했을 경우 보조금률을 정하고 잠정조치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우리 업계는 해당 물품이 미국에 들어갈 때 마진에 상응하는 유가증권을 예치해야 한다. 즉 우리 D램을 미국에 수출할 때 추가되는 관세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가격경쟁력에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하이닉스[00660]반도체는 이에 대해 "이번 예비판정은 아주 짧은 기간에 본격적 조사를 위해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여부만을 결정한 것으로 잠정적 판결일 뿐이며 최종 판정에서는 하이닉스가 승소할 것"이라며 낙관했다. 향후 쟁점은 마이크론 주장대로 금융지원이 보조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다. 우리 정부와 하이닉스는 지난해 문제가 됐던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경우 특정성이 없고, 채권단의 금융지원도 은행이 시장논리에 따라 자율결정한 것인만큼 모두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론을 내세우고 있다. 또 마이크론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금감면 등도 정부 보조금이라고 주장한 것은 삼성전자[05930]도 해당되는 대목이지만, 우리측은 이를 특정성 있는 보조금이라고 간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마이크론이 입었다는 피해도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D램 가격의 장기침체에 따른 것이라고 우리측은 지적했다. 내년 1월 상무부 예비판정 이후에는 4월10일 상무부의 보조금 최종판정이, 5월25일 ITC의 산업피해 최종판정이 이어지고 최근 열흘 가까이 방한 실사를 벌인 유럽연합도 4월과 8월에 각각 예비 및 최종판정을 내릴 예정이어서 우리 D램 업계는 내년이 가장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지난해 미국과 EU에 대한 D램 수출액은 각각 15억5천만달러와 9억4천만달러였지만 호황기였던 2000년에는 D램 전체 수출이 104억달러였고 이 가운데 대미수출이 41억달러, EU에 대한 수출이 22억달러나 됐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