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11일(이하 현지시간) 역내 비밀계좌 과세 및 은행고객정보 공유 문제를 협의했으나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스위스와 일부 회원국간 견해차를 좁히는데 또다시 실패했다. 이에 따라 재무장관들은 내년 1월 21일 이 문제를 재협의키로 합의한 것으로 발표됐다. EU는 당초 내년 1월 1일부터 이를 실행한다는 목표였다. 오스트리아의 카를-하인츠 글라세 재무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비밀계좌 공개에 관해 스위스가 견지하고 있는 입장을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벨기에 역시 오스트리아와 같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설명됐다. 장관들은 지난주에도 회동해 비회원국인 스위스를 비밀계좌 공개에 끌어들이는 문제를 협의했으나 실패한 후 이번에 재회동했다.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 나름대로 소득은 있었다면서 당초 6개국 가량이 스위스입장에 반발했으나 격론 끝에 반대하는 나라가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2개국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와 벨기에는 스위스가 비밀계좌 공개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상태에서EU의 은행고객 정보공유가 발효될 경우 역내 예금의 상당수가 스위스 비밀계좌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위스는 역내 은행고객의 정보를 자동적으로 공유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신 `세금포탈 혹은 이에 상응하는 불법거래'에 한해 자국 비밀계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또 이자소득세에 대해 스위스가 먼저 이를 징수한 후 계좌고객의 소속국에 일부를 넘겨주겠다는 입장도 밝혀왔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측은 이자소득세의 35%를 유예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룩셈부르크 등이 유예율을 일단 15%로 낮춰 적용하고3년후 이를 20%로 높이자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이에 대해 EU 순회의장국인 덴마크는 35% 유예기간을 2004년을 기점으로 7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자는 자체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이번 회동에서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따라서 "내년 1월 재회동 때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EU 관계자들은 또 스위스 외에 미국도 EU의 고객계좌정보 교환에 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뤼셀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