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처리 시기를 두고 채권단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달 말 나온 도이체방크의 구조조정안을 바탕으로 대규모 감자와 출자전환 등 회생방안은 이미 확정했다. 하지만 당초 이번주 채권단 결의를 마치기로 했던 처리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하이닉스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채권단이 하이닉스 처리를 대선(19일) 이후로 미룰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그 경우 대통령 당선자측의 의견을 반영하느라 하이닉스 처리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채권단 지원안은 확정 채권단의 하이닉스 구조조정 방안은 거의 확정됐다. 큰 골격은 지난달 말 발표된 도이체방크의 구조조정안 그대로다. 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면서 당장 직면할 자금난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채권단이 출자전환과 여신만기 연장 등을 해준다는 것. 이에 앞서 21 대 1의 대규모 균등감자를 해 주가를 안정시키고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방안이다. 한때 채권은행과 투신권이 맞섰던 1조9천억원의 출자전환 기준가는 투신사들의 입장이 받아들여져 시가전환을 하기로 했다. 다만 11월 말 공모기준가인 약 4백50원을 최저선으로 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출자전환 주식의 매각제한은 원칙적으로 두기로 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의결권 행사를 위해 보유해야 할 최소 지분(약 50%)을 뺀 나머지 물량에 대해선 협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매각제한을 해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 대선 전(前)이냐 후(後)냐 문제는 하이닉스 지원안을 채권단이 언제 결의하느냐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은 지난달 말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라며 "12월10일께 채권단 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채권단간 이견조정을 이유로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하이닉스 처리를 서두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선 이후로 채권단 회의가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외환은행은 11일이나 12일 하이닉스 처리안건을 1백20여개 채권금융사에 발송한다는 계획이어서 빠르면 대선 직전 채권단 결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 성사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 처리 방침이 정해졌다면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처리를 미뤄 대선 이후로 넘어가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