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출신 호텔 임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현재 특급호텔의 조리사 출신 임원은 모두 3명. 신라호텔 후덕죽(52.侯德竹)상무,서울프라자호텔 정태송(鄭泰松.52)상무,서울힐튼호텔 박효남(朴孝男.41)이사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주방청소부터 시작해 억대 연봉의 업계 명사(名士)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신라호텔 후덕죽(52.侯德竹)상무는 호텔 조리사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94년 임원이 됐다. 화교 출신인 후 상무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나 세계적인 스타 마이클 잭슨 등 외국 명사들 사이에도 잘 알려진 정통 중화요리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신라호텔 "팔선"을 아시아 베스트5 식당에 올려놓았고 지난 2000년에는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5년 일본으로 건너가 광둥요리를 배웠다. 2년뒤 신라호텔 개관과 동시에 부주방장을 맡은 그는 술취한 새우요리인 "취하"와 "죽생제비집 요리"등 명품요리는 물론 일반인들을 위한 된장자장면까지 수 백가지의 요리를 국내에 소개했다. 후 상무는 1년에 서너 차례씩 중국이나 홍콩,싱가포르 등 동남아 각국을 돌며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요리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는 출장중에 한 가지 음식이라도 더 맛보기 위해 점심 저녁을 두 번씩 먹는다. 위장을 빨리 비우고 다른 음식을 먹기 위해 식사후에는 계단 왕복운동이나 수영을 하기도 한다. 서울힐튼호텔 박효남 이사는 지난 99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 발탁돼 2년뒤 총주방장에 취임했다. 전세계 힐튼 체인호텔에서 현지인이 그 자리에 앉은 것은 처음이었다. 지독한 가난으로 중학교 졸업후 사회에 내몰렸던 그였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사환으로 일하며 조리사 자격증을 딴 그는 하얏트호텔 주방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자기보다 학력이 높았던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그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초보 요리사 전담인 감자깎기를 숙련하기 위해 퇴근길 버스에서나 잠자리에서도 계란을 쥐고 감자깎는 연습을 반복했을 정도다. 부족한 학력을 보충하기 위해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주경야독으로 고졸 자격을 땄다. 그는 지금도 지난 83년 힐튼호텔 입사원서에 "고졸"이라는 두글자를 써넣었던 감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 요리사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이제는 어지간한 영문과 졸업생을 능가할 정도의 회화실력도 갖추게 됐다. 서울프라자호텔 정태송 상무는 지난 11월26일 이뤄진 한화그룹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99년 부장직을 맡은지 3년만의 고속 승진이다. 정 상무는 지난 76년 서울프라자호텔의 창사 멤버로 입사,꾸준히 한 우물을 팠다. 그의 어렸을 적 소망은 오로지 경찰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제대직후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는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당시 선배들로부터 어깨 넘어로 배우며 적어놓은 노트를 간간히 본단다. 정 상무는 지난 97년 서울프라자호텔의 조리 총책임을 맡은 이후 단 한번도 사무실로 직접 출근한 적이 없다. 늘 주방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기술 습득 만으로 조리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 경향이 아쉽다"며 "진정한 조리사 길은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는 쉼없는 연구와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