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베이성 철강업체인 청더(承德)강철의 게시판에 최근 이색적인 공고가 붙었다. 'MBA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처장(부장)급 이상 간부는 모두 해고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공고에 붙은 관계자는 1년 동안 선양 둥베이(東北)대에서 MBA과정을 밟아야 한다. 물론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 청더강철이 추진하고 있는 '전 간부의 MBA화'는 지난해 12월10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1년 동안 기업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정부기관 역시 MBA과정 이수인력을 확보하는 데 발벗고 나서 중국 각 대학에서는 지금 MBA과정 설립 붐이 일고 있다. ◆하루 1천개 꼴로 사영기업 생겨나=중국의 WTO 가입 이후 특히 사영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사영기업은 국영기업,심지어 중국 내 외국 투자기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지난 3일 쓰촨의 정보기술(IT)분야 사영기업인 린펑(林風)그룹은 미국 투자업체인 자링(嘉陵)전력공사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파산한 미국 엔론이 소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사들인 것이다. 올 들어 6개월 동안 중국 전역에 설립된 사영기업 수는 약 20만개.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하루 약 1천개 꼴로 사영기업이 새로 생겨난 셈이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지난 달 개최한 제 16차 당 대회에서 사유재산 인정,사영기업가의 당원 영입,자본이익 인정 등 사영기업 육성책을 발표해 사영기업들의 족쇄를 풀어주기도 했다. ◆다국적기업, 제조업에서 금융분야까지 진출 확대=WTO 가입 이후 외국기업의 중국 공략에도 질적 변화가 오고 있다. 투자액이 크게 증가하는 한편 투자분야가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금융 IT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매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지난 달 베이징에서 '2003 중국투자 설명회'를 갖고 현재 20개인 점포수를 내년에는 44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까르푸 역시 매장을 현재 27개에서 오는 2007년 60개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대외경제무역부 다국적기업연구소의 왕즈러(王誌樂) 소장은 "WTO 가입 이후 중국 시장은 사영기업과 외국투자기업이 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선수에서 심판으로=중국정부는 식량 에너지 등 전략적 분야를 제외한 일반 상품 모두에 대해 가격 지도제도를 과감히 철폐했다. 그런가 하면 반독점법을 제정,일부기업의 독점을 막았다. "정부는 심판이지 선수가 아니다"라는 주룽지 총리의 말이 정부기능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월 말 현재 WTO규정에 위배되는 법규 8백30건을 폐지하기도 했다. WTO 가입 1년.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 [ WTO 이후 산업별 이슈 ] ▲무역=철강 세이프가드 발동 ▲통신=중국전신,2개 업체로 분할.독점구도 해체 ▲자동차=한국 현대자동차,베이징자동차와 합작 진출 ▲유통=월마트 까르푸 메트로 등 해외 유통업체 3각 구도 형성. ▲항공=민간항공,6대 업체로 재편 ▲가전=최대 가전업체 하이얼,미국 뉴욕 중심가 진출 ▲IT=소후 신랑왕 왕이 등 3대 인터넷포털업체,순익 흑자시대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