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다. 누군가 옆에서 신용카드 결제일이 지났는데 은행 잔고가 모자라 독촉전화를 받았다며 은행에 입금시키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럴 것 없이 인터넷뱅킹(PC뱅킹)을 통해 내 계좌에서 이체시키겠다고 제의했다. 송금액만큼 현찰로 받은 다음 신용카드 결제 계좌로 이체하는데 걸린 시간은 총 2분이었다. 며칠 뒤,다음날 가기로 한 등산을 앞두고 동네(경기도 일산) 떡집의 맛있는 인절미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일이 많아 아무래도 퇴근이 늦어질 것같았다. 떡집에 전화했더니 입금해주면 문 닫은 뒤 배달해 주겠다고 했다.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보냈음을 알리고 밤 늦게 집에 가보니 주문한 떡이 잘 포장된 채 와 있었다. 내 경우 이처럼 PC뱅킹을 자주 활용한다. 매월 보내는 시어머니 용돈은 물론 동창회비를 비롯한 모임의 회비,아파트관리비,증권계좌 입금까지 모두 인터넷뱅킹의 송금이나 자금이체를 통해 처리한다. 노트북 컴퓨터로 월급이 들어왔는지,아이들 수업료나 급식비,신용카드 대금이 언제 빠져 나갔는지 확인한다. 걸핏하면 은행 마감시간을 놓쳐 공과금이나 아파트관리비,지로로 청구되는 각종 요금을 제때 못내 억울한(?) 연체료를 물던 일에서도 벗어났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은행에 가서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영업시간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송금이나 자금이체를 할 수 있어 좋다. 주5일제 실시 이후 인터넷뱅킹 가입자가 급증,9월말 현재 1천6백94만명에 이른다지만 여전히 기계치임을 자처하거나,다른 일엔 컴퓨터를 쓰면서도 "PC뱅킹은 어쩐지"라며 망서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해보면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품을 모두 절약할 수 있어 여간 편리하지 않다. 송금이나 자금이체에 필요한 수수료 차이도 상당히 난다. 우리은행에서 1백만원을 다른 은행 계좌에 보낼 때 창구에선 2천원,현금입출금기(ATM)에선 1천3백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지만 인터넷뱅킹에선 5백원만 내면 된다. 그것도 베스트고객이면 3백원만 내면 되고,VIP고객으로 선정되면 아예 한푼도 안낸다. 은행에 따라선 모든 고객에게 한푼도 안받거나 3백원만 받는 곳도 있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은행에 가지 않고 새 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다. 인터넷 전용통장을 이용하면 주택청약 예 부금,정기 예 적금에 가입할 때 금리를 0.2% 우대해준다. 예금담보 대출 역시 같은 우대금리를 적용해준다. 인터넷뱅킹을 모르면 똑같은 거래를 하면서 수수료는 더 내고 금리는 낮게 적용받는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셈이다. 내년부터는 또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자동차세 등 각종 세금은 물론 주 정차 위반 범칙금 등도 인터넷뱅킹의 자금이체를 통해 납부할 수 있는 만큼 활용 범위가 더욱 커진다. 게다가 어느 은행이나 창구를 자주 찾는 고객을 달가와 하지 않는다. 국민은행이 최근 창구조사 결과 은행에 대한 수익기여액이 1천원 이하인 고객이 28%라며 가능한한 이들이 인터넷뱅킹이나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대표적인 예거니와 PC뱅킹 이용을 선호하는 것은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뱅킹 이용법은 어렵지 않다. 거래은행 영업점에서 전자금융이용신청서를 작성한 다음,보안카드를 받고 사흘 안에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터넷뱅킹 신규가입 안내 화면에서 이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등록하면 된다. 사흘 안에 하지 않으면 무효화돼 다시 해야 한다. 요즘엔 보안카드 대신 인터넷상에서 인증번호를 받기도 한다. 일단 등록하면 조회와 이체는 토 휴일 24시간 언제나 가능하고,아파트관리비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공과금 납부는 평일 9시30분부터 5시까지 할 수 있다. 1일 이체한도는 1억원 안에서 지정하면 되고,카드거래 내역 및 이용대금 청구서 조회도 가능하다. 단 카드 결제와 월급 이체가 많은 월말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