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6일) 뉴욕 증시는 개장 직후 다우지수가 1백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개장직전 발표된 11월 실업률이 6.0%로 94년 이후 8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40만명의 신규 실업자가 배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잠시 후 백악관에선 두 사람의 '실업'을 추가로 발표했고 이 뉴스는 증시를 '플러스'로 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의 사임 발표는 이처럼 월가에서 투자자들의 대환영을 받았다. 누가 후임자로 임명되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위해 감세정책 등 과감한 경기부양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 대선승리를 위한 부시의 집안단속 시작됐다 부시 대통령이 경제팀 경질을 결정한 것은 경제 및 증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 오는 2004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CNN머니)이라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대선을 겨냥한 부시 대통령의 집안단속이 시작됐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란 것이다. 월가와 언론들도 이같은 '강요된 사퇴'에 의외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오닐 재무장관이 외교안보팀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 처럼 온건주의자로 재정적자 증가 등을 우려해 과감한 감세정책을 망설여 왔다"고 지적하고 "부시 대통령은 이제 국내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국제 경제문제를 주도해 나갈 강력한 재무장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9.11테러 이후 외교팀은 업무를 잘 수행한 반면 경제팀은 핵심 이슈에 대한 응집력이 부족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시카고 트리뷴은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는 실질적 '경제팀'이 없었다"고 혹평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뒤늦은 사임(overdue departures)이었다"고 보도했다. ◆ '이중 배당과세' 부담 덜어주면 증시에 메가톤급 호재 월가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정책이 바로 '배당'에 대한 과세이다. 현재 미국 세법에는 기업이 배당을 실시하면 배당을 받는 주주들은 물론 기업도 세금을 내야 한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가 없어지지 않는한 배당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중과세만 없어지면 배당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배당과세 문제는 올 초부터 증시의 커다란 이슈중 하나로 떠올랐지만 민주당측에서 기업들에만 추가 감세혜택을 줄수 있는 '이중 배당세 금지'에 대해 반대를 했고,오닐 장관도 "민주당과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감세 패키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백악관과 월가주변에서는 오닐 장관 경질의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이 '배당세'를 둘러싼 논쟁으로 보는 설이 가장 유력할 정도다. RBC데임라우셔의 필 다우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수익률의 상당부문이 배당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기업배당의 활성화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걸림돌이던 오닐 장관이 사라졌다는 것은 곧바로 주식을 살때라는 것을 의미한다"(아놀스 블라이쉬로더의 주식전략가 제임스 패딘)라는 자신에 찬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