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 "차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국내기업의 '엑소더스(해외탈출)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 출범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통해 "역대 정권은 언제나 집권초기에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불행하게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규제가 상당히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히 양적 성과에 불과하고 기업이 느끼는 체감규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규제들이 생겨나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또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등 경영권 위축을 가져오는 급진적 개혁조치는 선진국에선 부작용 때문에 거의 도입되지 않는 것"이라며 "경제력 집중억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공정거래제도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립 서비스'가 아닌 행동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모든 기업인의 한결같은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어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경제가 정치논리, 힘의 논리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아 왔다"며 "이는 자본주의의 뿌리를 위태롭게 하는 커다란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