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가계는 부채를 감당할만한 수준인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말 87% 수준이던 '개인 순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빚(가계신용) 잔액'이 지난해말 90%로 높아졌고 올 3.4분기에는 1백%를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미국(1백7%)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가구의 연간소득보다 빚이 많아져 빚 상환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국내 가계는 금융자산이 선진국보다 적은 데다 이마저도 빚이 별로 없는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다. 국내 개인 금융자산 축적도(순처분가능소득 대비 개인금융자산 비율)은 2.4배로 미국(4.7배)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또 소득 상위 20%의 계층이 전체 개인금융자산의 71%를 갖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가계대출 이자를 올리고 대출심사를 철저히 하는 등 돈줄을 조이고 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일부 저소득층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중산층은 주로 가계대출을 얻어 아파트를 샀다"며 "이는 가계대출이 실물자산으로 모습을 바꾼 것이므로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