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덩샤오핑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경제를 개방한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세계의 공장"으로 다시 부상한 중국이 이웃 나라들에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일보도했다. 지난 80년 일본 경제의 20분의1에 불과했던 중국 경제는 오늘날 일본 경제의 4분의1 규모로 성장했고 두 나라의 현재 성장추세가 지속한다면 20년내에 일본을 추월한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고촉동 싱가포르 총리는 중국 경제의 잠재력은 일본 경제의 10배에 달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문제는 많은 분석가들이 이 같은 경제력이 군사력으로 전환하기는 시간 문제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미국 의회의 최근 보고서는 중국의 부상이 이 지역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안보검토위원회는 중국이 정치체제 변화를 위한 개혁도 실시하지 않으면 중국의 경제성장을 돕는 것이 실수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는 "만약 중국이 부유해지되 자유로워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민주적 가치에 적대적일 수 있고 아시아와 그외 지역의 영향력을 놓고 간접적인 경쟁을 벌일수 있는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와 마주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적대적인패권세력으로 보는 중국 지도자들의 인식과 양자간의 위기관리를 위한 확고한 제도의 결여가 결합할 경우 이는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는다. 최악의 경우 이는 군사적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중국은 압도적인 우선순위가 경제성장에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강대국이 아니며 강대국이 되기를 원치도 않는다. 중국은 결코 패권세력이 되지 않으며 팽창도 하지 않겠다"고 조우웬종 외무차관보는 말했다. 그러나 이웃 나라들은 중국의 힘의 성장을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지나간 20세기 중 무려 18세기 동안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를 자랑했고아직도 패권을 향한 반사반응과 본능을 내비치고 있다. 많은 중국인들은 또 지나간2세기의 저성장과 식민지배를 바로 잡아야할 오류로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부유한 문명의 발상지로서 중국은 이제 그에 맞는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나라와 국경을 접하는 중국은 역사적으로 시점은 다르지만 바다와 육지로 접해있는 15개 이웃 나라 거의 대부분과 관계를긴장시킨 전력이 있다. 지난 49년 공산당 혁명 이후 중국은 한반도와 인도차이나에군사적으로 개입했다. 또 지난 62년에는 인도와, 그리고 지난 69년에는 구 소련과 치열한 국경분쟁을 벌였고 지난 96년에는 대만의 첫 대통령 직접선거를 앞두고 대만 앞바다에서 미사일 실험을 실시했다. 또 마오쩌둥 시절에는 동남아의 공산주의 반군운동을 지원해 원성을 샀다. 일부 아시아 정치인은 5천만명에 달하는 아시아지역 화교들이 중국을 위해"제5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두려움은 일본에서 이미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인들은 아직도많은 중국인들이 지난 30년대 중국 점령시절 자신들이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해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전략적 및 안보정책 측면에서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해야한다. 이는 점진적이지만 불가피한 것이다. 15년 후면 중국은 매우 의미있는 세력이될 것이다"고 보수적 외교정책 평론가 오카자키 히사히코 씨는 말했다. 그는 중국의 성장이 궁극적으로 대만 점령으로 이어져 일본의 전략적 공급루트를 위협하게 되는 사태를 우려했다. 일본 원유수입의 80%가 중동에서 오며 그 대부분이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그는 또 중국의 해군력 강화가 남지나해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해 동남아를 사실상 동맹권으로 만들 가능성도 우려했다. 중국의 에너지원에 대한 끝없는 욕심은 이미 해저 원유매장량이 큰 것으로 알려진 남지나해의 스프래틀리 제도 영유권에 대한 분쟁을 초래한 바 있다. 중국은 아세안과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지만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은 또 센카쿠열도를 놓고 일본과 벌이는 영유권 분쟁을 비롯해 이웃 나라들과 영토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두려움은 심지어 일부 일본 정치인들에게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평화헌법을 포기하자는 주장을 하도록 하기까지 했다. 오자와 이치로 의원은 중국이괴롭힐 경우 핵공격을 당했던 유일한 국가인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저주로 간주돼온핵폭탄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도 중국에 대한 우려는 마찬가지다. '유라시아의 종말' 저자인 드미트리 트레닌은 중국을 지난 13세기 타타르-몽골의 침략 이후 러시아가 대륙에서 만난 가장 강력한 지정학적 경쟁 상대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인들이 중국보다 더 두려워하는 나라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러시아 극동지방의 경제는 급격히 위축하는 데 비해 인접한 중국 북동부의 경제는 급속히 성장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 극동지방의 인구는 500만명으로 줄어든데 비해 이 지역으로 흘러들어온 중국인 불법근로자들의 인구는 20만명에서 최고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가 극동에서 실패하고 인구감소와 탈산업화가 지속되면 이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상실하게 된다"고 트레닌은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