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해외 공관과 주요 대기업 등 모든 민.관 외교수단을 총동원했지만 201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에서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벽을 뛰어넘는데 실패했다. 이날 모나코 총회를 위해 한국 중국 러시아 멕시코 폴란드 등 5개국이 나서 사상 유례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우리나라가 강대국인 중국 러시아와 국제사회에서 벌인 첫번째 국제행사 유치전이기도 했다. 중국의 경제원조 주효 =세계박람회 유치는 한 국가의 외교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돼왔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나 월드컵집행위원회 위원의 개인적인 투표 영향력이 작용하는 올림픽과 월드컵과는 달리 세계박람회는 투표권을 가진 각 국가마다 공식적인 국내 의사결정 절차를 걸쳐 지지국가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박람회 유치를 중국 현대화를 위한 국가 대사(大事)로 규정하고 국가주석, 총리 등이 앞장서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 왔다. 특히 개도국에 대한 전폭적인 무상 경제원조를 무기로 '표 모으기'에 나섰다. 회원국의 절반 이상이 경제원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임을 감안할 때 강대국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중국의 이같은 전략은 주효할 수 밖에 없었다. 제3세계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외교적 기반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게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장 안팎의 평가다. 또한 중국은 89개 BIE 회원국에 76개 공관을 두고 있어 57개 공관을 가진 한국에 비해 회원국들을 상대로한 일대일 유치교섭활동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낮은 국제지명도가 약점 =상하이나 모스코바에 비해 여수의 국제적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유치 실패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치위원회는 여수의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친환경도시라는 점과 박람회 개최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명분보다는 실리를 앞세우는 유럽 회원국들의 표심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유럽 회원국들은 관람객 유치 가능성과 신기술 전시효과가 낮은 중소도시 여수보다는 국제비즈니스의 중심 도시로 부상하는 상하이에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미국의 코카콜라, 제너럴모터스, 프랑스의 알카텔과 독일의 도이체방크 등 35개 다국적 기업 대표들이 중국지지를 공식 선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선 다했지만 역부족 =우리 정부는 지난 97년 해양수산부가 세계박람회 유치 추진 방침을 공식 발표하고 99년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위원회를 발족시켰다. 2002년 3월에는 해양부 등 중앙부처를 비롯한 14개 기관에 지원대책반을 구성했다.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보다 한 발 앞서 해외 모든 공관과 민간 유치사절단을 총동원하는 '저인망식' 유치교섭활동에 나섰다. 특히 정몽구 유치위원장은 지구 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의 출장을 다니며 사력을 다한 유치활동을 폈다. 현대차 역시 회사내 유치팀을 두고 인력과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넘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모나코=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