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으로 손을 녹여야 할 정도로 추웠던 지난 1999년 1월4일. 작업복 하나 걸치고 밖에 서있기에는 견디기가 힘든 날이었다. 그러나 우리회사 직원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일었다. 동장군을 이겨내고도 남을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전직원이 회사마당에 모여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창립행사를 열었다. 이날 나는 지난 2년여동안 부도회사를 이끌어오면서 겪어왔던 온갖 풍파가 눈녹듯 녹아 내렸다. 내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결국 이렇게 해냈구나..."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들었다. 우리회사의 전신은 (주)로보트보일러다. 잘 나갈 때는 연간 4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알찬 회사였다. 그러나 중국 텐진에 보일러 공장을 세우고 호텔을 건립하는 등 무리한 해외투자로 1997년 3월 부도를 내고 만다. 내가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심야전기기기 전문업체에서 일하던 지난 1993년초 생산관리 과장으로 옮겨오면서다. 회사가 부도를 냈을 당시 나는 환경사업담당 이사였다. 부도가 나자 경영자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은 "살아갈 궁리"를 하며 회사를 훌쩍 떠났다. 나는 회사가 잘나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너무나 다른 임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나는 회사를 살리겠다는 각오로 직원들을 설득해 나갔다. 직원들도 회사를 구하겠다며 모두가 동참했다. 그러나 행운은 우리를 비켜가고 있었다. 회사를 살리겠다며 뛰어든 투자업체들은 자금압박으로 잇따라 손들고 말았다. 외환위기 여파로 정말 힘겨운 때였다. 우리 손으로 회사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채권단을 찾아가 회사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애원했다. 대리점과 부품업체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채권단의 협조를 얻어 1999년1월4일 척척보일러라는 법인을 세웠다. 전직원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2억원이 종자돈이 됐다. 회사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던 43명 모두가 주주로 참여했다. 직원들이 똘똘 뭉쳐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실적도 쑥쑥 올라갔다. 회사설립 첫해에 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7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한번도 적자를 낸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기업으로 변신했다. 작년에는 직원(주주)들에게 주당(액면가 5천원) 3백원씩 배당도 실현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역경을 이겨낸 "오뚜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겐 해야할 일이 아직도 많다. 직원 자녀들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나의 조그마한 소망이다. changkipark@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