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바꾸고 색깔을 약간 넣은 20달러짜리 새 지폐가 내년에 나온다. 미국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20달러짜리 신권은 내년 봄에 견본이 나온 후 이르면 내년 가을께 본격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미 제18대 대통령 율리시즈 심슨 그랜트의 초상이 들어있는 50달러짜리와 18세기를 풍미한 정치가이자 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이 그려진 100달러짜리 신권도 1년반 안에 등장한다. 달러화 신권은 잭슨이나 그랜트 전 대통령의 머리가 크고 삐뚜룸하게 그려져 `퍼니 머니'(Funny Money)나 `카툰 머니'(Cartoon money)라는 별칭으로 불린 구권에 엷은 색깔을 넣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미국 조폐공사가 5년간 5천300만달러를 들여 달러화 신권을 만들기로 한 것은 진짜와 식별이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위조된 지폐들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조폐공사측은 달러화 신권에 색깔을 넣기 위해 인쇄기 5대를 새로 들여놓아야 했다. 또 기존 조폐공들에 대해 별도의 기술연수를 실시했고 몇몇 전문가를 새로고용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 조폐창은 새로 산 인쇄기를 들여놓고 일반인 견학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공간을 넓혔다. 컬러 지폐를 새로 제조하는 일에는 난관이 따랐다. "검정색이나 녹색과 같은 단색 잉크로는 낼 수 없는 다양한 색조가 나올 수 있으므로 몇번이고 점검을 해야 한다"고 토머스 퍼거슨 조폐공사 이사는 설명했다. 새 달러 지폐에는 검정색과 녹색이 어우러져 내는 중간색 계통에 컬러 색조가가미된다. 조폐공사측은 내년에 선보일 새 지폐에 어떤 색조가 들어갈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화폐 단위에 따라 색조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퍼거슨 이사는 밝혔다. 새 달러 지폐가 `미국적인 모양과 느낌'을 주고 색깔이 들어있는 유럽연합(EU)의 단일화폐 유로와 혼동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미 조폐공사측의 바람이다. 퍼거슨 이사는 " 부모 세대로부터 봐온 단색 계통의 화폐에 색깔을 넣는다는 것은 환골탈태의 혁명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자세로이번 일을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므로 세계의 모든 사람이 20달러짜리 새 지폐를 처음 봤을 때 `이것이 미국의 20달러짜리 지폐구나'라고 곧바로 알아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가 1998년 20달러짜리 지폐의 도안을 바꾼지 불과 4년만에 신권 제조에 착수한 직접적인 동기는 위조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첨단.지능화되는 데 있다. 요즘 위조지폐범들은 오프셋 인쇄에서 `졸업'한 후 첨단 컬러 복사기나 컴퓨터스캐너, 컬러 잉크젯 프린터 등을 주로 사용한다. 달러 신권에도 기존의 지폐에 쓰인 위조방지기술이 그대로 채용됐다. 불빛에 비치면 드러나는 무늬나 자외선에 노출됐을 때 식별되는 줄, 확대경으로 들여다 봐야 찾아볼 수 있는 미세한 모양 등이 새 지폐에도 들어간다. 새 지폐에는 또 색조를 한결 뚜렷이 바꿔주는 잉크를 사용한다. 미 조폐공사는 지난 1996년 100달러 지폐를 시작으로 1998년에는 20달러짜리, 2000년에는 5달러 및 10달러짜리 지폐의 도안을 바꿨으나 화폐수집가들 사이에서는구태의연하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크기도 그대로고 똑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새 지폐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관심거리다. (워싱턴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