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내 '후견인(멘토.Mentor) 제도'가 신입사원 교육을 위한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후견인 제도란 선배가 후배 한명씩을 맡아 개인 지도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사수와 부사수라는 개념이 있었지만 후견인 제도는 이보다 더 조직적이고 공식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지난 99년 이 제도를 도입해 정착시킨 대표적인 예다.


11차까지 진행해 지금까지 1천14명의 신입사원과 6백14명의 후견인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인사고과 평가에서 '중' 이상인 대리급들을 가려 적게는 1인당 1~4명의 신입사원을 담당하는 후견인으로 임명한다.


결연식 및 1년 후 해단식을 열고 이병규 사장이 직접 참석해 후견인제도 운영 목적이 진지하다는 것을 각인시킨다.


1년에 세차례 열리는 공식적인 단체 활동을 제외하면 멘토와 신입사원의 관계는 사적인 영역이다.


회사가 일정액의 활동비를 지급하지만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자유다.


후견인의 역할은 같은 세대의 입사 선배로서 수시로 신입사원을 만나 직장 경험을 들려주고, 의견이나 고민을 들어주면서 이들을 1년간 이질적인 존재에서 조직원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 신입사원을 조직원으로 =현대백화점은 물론 LG전자도 지난 8월 후견인 제도를 도입했다.


신입사원을 조직문화에 하루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펀 워크플레이스 프로그램'을 마련, 신입사원에 대해 부서별로 1 대 1 멘토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신입사원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은 후견인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이다.


기업문화는 더디게 변하지만 세태가 변해 젊은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요구하거나 회식같은 단체 활동으로 기분을 풀어주는게 더이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국적 리서치 회사인 TNS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24세 한국 젊은이들은 일과 직장에 각각 23%와 27%만이 애착을 느낀다고 답해 전세계 젊은이 평균(일 51%, 직장 49%)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이들을 붙잡아 놓을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이 끊임없이 채용을 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백화점 이정현 인재개발팀 주임은 "요즘 1년 미만 근무자는 평균 퇴사율이 20%로 연차가 높은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 경력사원.외국인도 대상 =삼성그룹은 80년대 초반부터 신입사원을 위한 '그룹 입문교육'에 20여명당 한명씩 3년차 '지도선배'를 파견, 한달 합숙기간 동안 인간적으로 교류하면서 기업문화를 자연스럽게 전해주는 가교 역할을 맡겨 왔다.


삼성은 채용문화가 변함에 따라 최근 후견인 제도를 비공식적으로 도입했다.


삼성 관계자는 "경력사원과 해외인력이 늘자 이런 외부 인사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간부급중 후견인을 한 사람씩 지정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채용이 오픈된 이후 입문 교육의 보완책으로 그룹 전체에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생산효율 극대화 =후견인 제도는 생산 현장에서 작업의 완벽성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다준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의 SRAM/NVM(메모리의 일종) 부서는 제품수가 다양하고 신기술 개발이 잦아 교육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올 3월 '가디언 제도'를 도입했다.


가디언은 보호자가 곁에 없는 미성년자를 돌봐주는 성인이라는 뜻.


젊은이가 대부분인 현장에서 고참 엔지니어 한명씩을 '가디언'으로 지목해 1 대 1로 현물을 보면서 새로운 설비에 대한 조작 및 수리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전산시스템이 매일 로스가 발생한 시간을 추적해 통보하면 가디언은 해당 작업자와 함께 원인과 문제점을 찾아 단기.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기도 한다.


가디언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완벽한 생산공정이지만 다양한 부대효과도 있다.


온양사업장 관계자는 "담당업무는 다르지만 같은 공정에서 일하는 사람들간에 유대감을 높여 실질적인 업무환경 개선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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