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불량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함에 따라 '가계 신용대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은 대출을 줄이고 신용카드사는 현금서비스 한도 등을 크게 낮추고 있다. 정부와 금융사들은 가계부실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급작스런 개인 대출 억제가 오히려 가계부실을 더 키우는 악순환도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억제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왜 급증하나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근본 원인은 물론 '상환능력을 벗어난 과잉 차입'에 있다. 특히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의 젊은 층에서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어난 게 눈에 띈다. 10월중 20대와 30대를 합친 신용불량자 증가수(4만4천9백74명)는 전체 증가인원의 61%에 달했다. 젊은 층의 과소비가 원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용불량자 증가속도가 가속화된 데에는 또다른 요인이 작용했다. 바로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정책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은행들이 개인대출을 축소하고 신용카드사들도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이자 그동안 '빚을 내서 빚을 갚아온' 다중 채무자들이 일시에 연체의 덫에 걸려버린 것이다. ◆ 앞으로 더 늘듯 앞으로 신용불량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앞다퉈 신용이 낮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3곳 이상에서 현금서비스를 받고 있는 '다중 채무자' 40만여명을 잠재 신용불량자로 분류하고 28일부터 현금서비스 한도를 최대 1백%까지 줄였다. 조흥은행도 지난 10월중 카드 연체자와 다중채무자 11만명을 뽑아 현금서비스 한도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한미은행 역시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 폭과 시기를 검토중이다. 국민.외환.비씨카드.현대카드 등도 이미 연체자뿐만 아니라 잠재 신용불량자에 대해 한도축소와 카드론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거나 시행 예정이다. 여기에 은행 가계대출 문턱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주요 은행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폭을 올해 대비 10%대로 낮춰 잡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한해 22∼23%로 추정되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내년엔 10∼15%로 조정키로 했다. 금년 들어 가계대출을 93%(10월말 현재)나 늘렸던 우리은행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내년엔 17%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렇게 가계로의 돈 흐름이 갑자기 말라 붙으면 신용불량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