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한국 회사원들이 일이나 직장에 애착을 갖고 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는 전혀 뜻밖이다." 데이비드 리처드슨 TNS코리아 사장은 "누구보다 근면하다던 한국 회사원의 이미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일과 직장에 대해 애정이 없다는 것은 회사와 국가 발전에 심각한 장애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오래 살다(18년)보니 비중있는 일을 맡기까지 10년은 족히 걸린다는 젊은 직장인들의 불평을 종종 듣게 된다"며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에 치여 연차가 낮을 수록 일에 대한 애정이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슨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고용주가 회사와 일에 대한 직원들의 애착도를 시급히 파악해 기업 문화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최대 자산은 애착도 높은 직원 =기업들이 TNS의 애착도 조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종업원들이 지금 어떤 자세로 일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어서다. TNS 조사를 기준으로 나눠볼 수 있는 유형은 4가지. 회사와 일 모두에 애착을 갖고 있는 직장인은 '회사의 최대 자산'이고 둘 모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은 회사 경쟁력을 갉아먹는 집단이다. 일이나 직장 한쪽에만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회사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회사와 일 모두에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생산성이 높을 뿐 아니라 회사에 남아 충성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다. 한국의 경우 이 부류는 25%에 불과해 세계 평균인 44%에 크게 못미친다. 반면 일.직장 모두에 애착을 못느낀다고 답한 한국 직장인은 55%로 세계 평균인 35%보다 훨씬 많았다. 이들은 생산성이 낮을 뿐 아니라 고객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내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일 또는 직장에만 애착을 느끼는 한국인은 각각 10%다. 일에만 애정이 있으면 생산적이긴 하지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언제라도 회사를 떠날 수 있다. 후자는 잠재성은 있지만 다소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 연령.직종 따라 차이 =연령이 높고 직급이 높을수록 애착도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경직된 문화가 애착도를 낮추는 주요인임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10명중 2∼3명만이 일 또는 직장에 애착을 느끼고 있지만 50세 이상은 4∼5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직종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주목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종사자들의 애착도가 모든 직종중 바닥이라는 점이다. 직장과 일 모두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53%로 가장 많고 교육과 금융 및 보험업계 종사자가 뒤를 이었다. 반면 제조업 종사자는 1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 애착도는 미래 기업 경쟁력의 척도 =애착도가 낮은 직원은 이직률이 높고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기도 한다. TNS는 애착도(Commitment)를 만족도(Satisfaction)와 구분해 "만족도가 높더라도 회사를 떠날 수 있지만 애착도가 높으면 머무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거꾸로 뒤집으면 직장에 애정이 없다고 답한 65%의 한국인은 언제라도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셈이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끌어오고 키우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 입장에서 경쟁사에 능력있는 직원을 빼앗기는 것은 자산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