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19일 전자상거래를 이용해 세금을 탈세한 혐의가 있는 카드깡 업자 등 60개 업체에 대해 계좌 추적을 포함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신용카드 결제대행업체(PG)나 인터넷 경매를 이용, 카드깡을 한 30개 업체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허위로 매출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각종 세금을 탈루한 30개 업체다. 국세청은 이들이 신용대출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상품권이나 가전제품을 판 것처럼 위장해 카드깡으로 대출을 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유흥업소들은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해 매출을 위장함으로써 특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탈루했다는 것이다. ◆ 조사대상 강일형 국세청 전산조사과장은 "2000년 이후 발생한 매출을 기준으로 조사하고 실제 사업자를 파악하기 위해 연관된 사업자들의 계좌 추적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세를 주도한 카드깡 업자, 인터넷쇼핑몰에서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위장한 유흥업소 뿐 아니라 이에 협조한 사채업자 및 PG업체 일부도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인터넷을 통한 신종 탈세수법이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각 지방국세청의 60개반을 동원, 1차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세범처벌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한 경우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 지능화된 탈세수법 국세청이 발표한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탈세유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신종 탈세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강남구에 사는 서 모씨는 상품권 전문 쇼핑몰을 이용해 카드깡을 해주고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에게 카드깡 조직을 통해 선이자 15%를 공제한 후 현금을 지급하고 이를 상품권을 구입한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카드깡업자는 카드정보를 쇼핑몰에 제공하고 PG업체를 통해 카드회사의 결제를 받으면 고객은 상품권을 산 것이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카드깡 업체가 이자소득세를 탈루한 것. 서씨는 3개월간 수백억원을 대출해 주고 폐업했다. 전남에 사는 안모씨는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여기서 발생한 매출을 'OO플러스'라는 유령회사의 매출로 위장, PG업체를 통해 카드회사의 결제를 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유흥업소 수입금액 수십억원을 누락시키고 특별소비세와 부가세 등을 탈루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이렇게 거래하면 신용카드 매출자료에는 PG업체 명의만 남게 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활용한 탈세사례도 있다. 대전에 사는 임모씨는 1백명에 이르는 전국적인 카드깡 조직과 짜고 신용카드 대출희망자들에게 선이자 15%를 뗀 뒤 돈을 내줬다. 동시에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상품권을 올린 후 대출 희망자가 낙찰받는 수법을 이용했다. 자신들이 경매에 올림과 동시에 대출인 명의로 낙찰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경매에 참여할 여지가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금은 카드회사→경매사이트→차명계좌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신용카드 매출자료에는 인터넷 경매회사 명의만 남게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밖에 여행사를 운영하는 서모씨는 텔레마케팅회사를 통해 각종 경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처럼 속여 신용카드 번호를 알아낸 후 연회비 30만원을 고객들로부터 갈취한 사기행위를 하면서 세금을 탈루해 왔다. ◆ 근본적 대책은 미진 국세청의 강도높은 세무조사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탈세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즉 카드회사들이 카드번호와 주민등록번호 정도만 대면 즉각 결제해 주는 허술한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상에서 신용카드 거래를 할 수 없는 영세 쇼핑몰을 대신해 카드사와 대표가맹점 계약을 맺고 결제를 대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PG업체도 탈세 창구로 이용되는데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PG업체 대부분이 소규모여서 보안시스템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신상이 노출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