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는 저금리 정책의 '함정'에서 벗어날 두 차례의 계기를 맞았었다.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가 본격 회복기에 들어선 지난 99∼2000년이 첫번째 금리인상 기회였고, 부동산 투기와 가계대출 급증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올해 초가 두번째 기회였다. 그러나 소폭의 금리인상만 있었을 뿐 저금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국은행은 2000년 2월 연 4.75%였던 콜금리 목표치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대우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99년 경제성장률이 10.9%에 이를 만큼 경기도 급속도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그러나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경상흑자 수지가 빠른 속도로 축소돼 대외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2000년도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에는 세계 경제가 불황의 터널에 빠진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다.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 무려 11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도 네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로 콜금리 목표치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4%로 낮췄다. 그러자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고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한은은 올들어 콜금리를 단 한 차례(5월)밖에 인상하지 못했다. 미국 경기의 더블딥(짧은 회복 후 재침체), 이라크사태 등 대외변수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