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동북아시아의 국제금융 중심지가 되려면 영국의 '빅뱅'식 금융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한국 경제는 아직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파이낸셜포럼(회장 김기환 골드만삭스 국제고문)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아시아 지역금융중심지로서의 서울'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제임스 루니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과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이같이 밝혔다. < 강경식 前경제부총리 > 한국은 아직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볼 수 없다. 기업이 갖고 있던 빚이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정부로 넘어와 있을 뿐이다. 외환위기를 지나며 우리 경제가 일본식 시스템에서 미국식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달라져 보이는 것일뿐 아직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약소 국가인 한국으로선 앞으로 미국식 시스템이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실히 따르는 수밖에 없다. 내년 우리 경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소비를 바탕으로 버텨 왔으나 이제 그 부작용이 카드빚 급증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경제 침체 와중에 우리나라만 독야청청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라크 전쟁발발 우려, 미국의 투자 부진, 소비 위축 등 불안요인이 많다. < 제임스 루니 부회장 > 영국은 지난 80년대초 '빅뱅'을 통해 전 분야에 걸친 금융개혁·개방을 단행했다. 런던은 이에 따라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의 자금 수요까지 동시에 충족시키는 국제금융센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한국이 런던식 금융개혁 모델을 추구한다면 향후 10년 안에 영국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개혁을 게을리하면 한국은 국제금융의 주변 국가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도 연평균 2∼3%포인트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96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식 회계제도의 투명성 수준은 국제기준의 40%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인들이 외환위기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70% 수준까지 끌어올렸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차병석.조재길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