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내리는 추세여서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노력이 가계에 이중(二重)부담만 안기는꼴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가계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발생한 부담을 고스란히고객에 전가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출금리 인상, 예금금리 인하 확산 국내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은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부채비율 250% 이상인 고객에 한해 0.25% 포인트 올려받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여기에 담보설정비를부활, 추가로 0.2∼0.3% 포인트 가량 금리가 오르게됐다. 대출금리 인상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방침에 따라 충분히 예견된 사안이지만정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출금리 인상과 함께 1년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0.1%∼0.2% 내리겠다고 한 점이다. 국민은행이 수신금리를 내린 것은 작년 11월 이후 1년만으로 은행권 전체의 수신금리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은 이미 이달초 3개월, 6개월짜리 단기예금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낮췄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예금금리 인하에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며 언급을 삼가고 있다. 자산규모 1위의 국민은행과는영업사정이 다르기도 하지만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사안이어서 눈치를보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어 수신금리 인하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위축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조달비용을 낮춰야하지만 당장 조치를 취하기는 부담스럽다"면서 "다른 은행들의 추이를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은행도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시장금리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검토해볼 사항"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시장금리 하락 등의 분위기로 볼 때 예금금리만 낮추면 고객들에게부담이 너무 커지고 간접적으로 대출 연체율 상승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 은행들, "불가피한 조치" 한목소리 가계대출 금리 인상과 동시에 예금금리를 내린 것은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은행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1년짜리 일반 금융채 금리가 연 5.37%에서 5.17%로 0.2% 포인트 낮아진 만큼 자금조달 비용인 수신금리를 깎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장실세 금리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면 된다"며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 등 운영자금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내려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가계대출 억제조치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은행들의 `예대마진'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가계대출 억제로 인해 자산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들로서는 대출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늘려 이익을 늘리는 행동을 취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들어 급격히 늘어난 수신자금을 적절히 활용할만한 대출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예금금리 인하 요인으로 분석된다. ◆ 은행 손실 가계에 전가 그러나 은행들의 이같은 금리조정 움직임은 결국 가계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올해초 정부의 가계대출 자제요구를 무시하고 무분별한 대출 경쟁을벌이다 발생한 손실부담이 고스란히 가계에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3년만기로 1억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대출금리가 0.5% 포인트 인상되면연 50만원, 월 4만1천600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예금금리도 연 4.85%로 1억원 정기예금에 들었을 경우 금리가 0.1% 포인트 내려가면 이자수입이 연 405만원에서 396만원으로 깎인다. 특히 예금금리는 세금에다 물가상승률(10월말 현재 2.8%)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대에 불과해 저축률 하락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일 수있지만 일반 서민들은 실제 부담보다도 큰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스스로 공언한대로 예대마진에 의존하기 보다 자본상품 개발에 따른 수수료수입 등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최윤정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