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푸른 관에 실려 음산하게 거리를 지나가지만 운구자와 추모객들은 미소를 짓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와인제조업자 랜달그램이 연출한 이 행사에서 관속에 누워있는 것은 다름아닌 포도주 코르크 마개로 만든 인형이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이같은 모의 장례식은 지난 4세기에 걸쳐 지속된 와인 보관법이 이제는 수명을 다했음을 상징한다. 샌프란시스코 남부 산타 크루즈의 보니 둔 포도농장의 소유주인 그램은 올해부터 와인병에 코르크 대신 금속 나사마개를 사용하기로 한 미국의 6대 포도주 생산업자중 한 명이다. 그는 물드는 코르크 마개 때문에 좋은 와인들이 너무 많이 손상되고 있다면서 "나사마개가 훨씬 우수한 마감재"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견해는 연간 74억달러어치의 와인을 출하하는 세계 4위의 미국 와인업계에서 일대 혁명이 시작됨을 의미하며 반대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코르크 생산업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되는 셈이다. 미국 와인업계에 나사마개를 처음 도입, 2년전부터 150달러짜리 와인생산량의 절반을 나사마개로 사용하고 있는 `플럼잭 와인'의 존 코노버 총지배인은 최소한 10여명의 와인업자가 조만간 나사마개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우닝 패밀리 와인과 소노마 커트러 등 다른 5개사는 올해부터 부분적으로나마 코르크 대신 금속나사마개를 사용할 방침이다. 특히 보니 둔은 10달러짜리 `빅 하우스'와인 8만병 모두를 나사마개로 처리하기로 했다. 코르크 마개 생산업자들은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와인업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와인업자들은 "어떤 식품산업에서도 포장의 실수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지난 90년대에 세계최대 와인생산업체인 `E&J 갤로'가 싸구려 와인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나사마개의 사용을 중단하고 코르크마개로 다시 전환하기도 했으며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코르크마개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기는하다. 이에대해 플럼잭의 코노버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와인에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물들어버린 코르크 마개에는 로맨틱한 점이 전혀 없다"면서 사람들이 점차 나사마개에 익숙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 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