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반 첨단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유치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추진돼온 경제자유구역법이 14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내년 7월부터 인천, 부산, 광양 지역의 특구지정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대구, 광주 등을 중심으로 정부 원안에서 특구지정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 출신 의원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강력히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재경위 심의과정에서 전국 어디서나 특구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변질됐다가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정부 원안으로 선회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법안처리에 대해 노동계는 위헌소송 검토 및 법안철회 투쟁에 돌입함에 따라 향후 경제자유구역 선정을 위한 시행령 제정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 = 내년 7월부터 특구지정이 가능케 됐으나 인천과 부산, 광양이 특구로지정된다고 해도 외국인 투자가 집중될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법안 핵심내용이 오락가락하면서 처리일정까지 변경되는 등 경제 정책의 불안정성을 드러낸 데다, 앞으로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노동계, 교육계 등에서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노동계에선 월차휴가.생리휴가 폐지, 주5일근무제, 파견근로제. 주휴무급 등을 문제삼고 있지만, 실제로 외국인투자가 이뤄져 가동되려면 4-5년은 걸리는데 그동안 우리의 노동환경도 상당히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동계는 특히 고용조건 악화를 우려하지만, 자유지역 입주 외국기업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아니라 지식기반 첨단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중심이므로 노동조건 악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노총 이남순(李南淳)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국자본이 증시에 들어온 뒤 조절기능을 상실한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며 "특구에 들어와서 빼먹을 것을 빼먹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대거 나갈 경우 우리나라의 황폐화.공동화는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안 제정에 국민적 공감대도 없었고, 국내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나 환경관련법 등 다른 일반법을 34개나 제한하는 문제는 위헌요소까지 있다"며 "위헌심판 제기를 검토하고 법안 시행일인 내년 7월까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는 이 법안의 철회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내용 변질 논란= 정부가 제출한 원안은 자유구역 지정 요건을 국제공항,국제항만, 광역통신망, 광역교통망 등이 구축된 곳으로 한정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따라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에 한해서만자유구역으로 지정해야 법안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공항을 끼고있는 인천 영종도와 대규모 항만을 보유한 부산, 광양을 모델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원안에 따를 경우 자유지역 지정이 쉽지 않은 대구, 광주 출신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재경위 심사과정에서 한나라당 박종근(朴鍾根.대구 달서 갑) 민주당 강운태(姜雲太.광주 남) 의원이 총대를 멨다. 재경위는 소위에서 진통을 거듭한 끝에 지난 6일 전국 어디에서나 특구지정을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수정안을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가결했다. ◇노동계 반발과 원안회귀 =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재경위 수정안을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공동으로 법안저지 투쟁에돌입했으며, 각당에 법안철회를 요구하면서 농성에 들어가는 등 반발했다.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양당은 8일 본회의 처리를 일단 유보했다. 양당은 이후 여론의 흐름이 좋지 않자 막후 교섭을 통해서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되 노동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양당은 14일 여야정 정책협의회에서 정부 원안을 기초로 한 재수정안을 국회에제출키로 했다. 국제공항, 국제항만, 광역통신망, 광역교통망을 자유구역 지정요건으로 다시 포함했고, 시.도지사의 특구지정권도 철회했다. 14일 본회의에서는 의원들간 찬반 양론이 오간 끝에 표결, 193명의 의원 가운데찬성 125명, 반대 55명, 기권 13명으로 재수정안이 가결됐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