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논의과정에서 '지역특혜법'으로 변질됐던 경제자유구역법(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당초 입법예고했던 내용으로 되돌아갔다. 14일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 이 법은 국제공항이나 국제항만 등을 갖춰 외국기업들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지역에 한해서만 경제자유구역을 설치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영종도 등 인천지역과 부산항 광양항 배후지역 등 3곳이 내년 7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 외국인 생활여건 개선 경제자유구역법은 선진국 수준의 기업경영 여건을 만들어 외국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하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이곳에 입주하는 외국인들에게 △각종 민원서류 영어로 접수 △외국통화 사용 허용 △외국인 의료서비스 제공 △외국방송 진출 허용 △외국인 주거단지 조성 △외국인학교 국고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투자기업에는 여러가지 세금 혜택을 준다. 1천만달러 이상 투자하는 제조.물류.관광업체에는 제주투자진흥지역과 동일한 수준의 세금감면 혜택(법인.소득.지방세 3년간 1백%, 다음 2년간 50% 감면)을 주기로 했다. 5천만달러 이상 투자하는 제조업체와 3천만달러 이상 투자하는 물류업체, 2천만달러 이상 투자하는 관광업체에 대해서는 소득.법인세를 7년간 면제하고 이후 3년간 50%를 감면(외국인투자지역 기준 적용)하기로 했다. ◆ 인천공항 인근 경제자유구역 영종도와 용유.무의도 등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한 지역은 항공물류와 국제레저단지로 개발된다. 정부는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에 관세자유지역을 두고 고부가가치 항공물류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항공기 조립과 부품생산, 정비, 기내식제공업 등 항공관련업종도 이 지역에 끌어들일 방침이다. 용유.무의도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관광사업을 유치하고 전철 역세권에는 상업시설을 배치키로 했다. 송도 신도시는 국제업무와 지식기반산업, 바이오산업 등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된다. 업무지구에는 국제비즈니스센터와 전시단지가 들어서고 인근지역에 주거 및 상업시설도 입주한다. 정부는 송도 신도시와 인천국제공항, 수도권 남부지역을 잇는 제2연륙교를 200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김포매립지(4백87만평)는 골프장 경마 테마파크 등 위락시설과 대규모 화훼단지로 조성된다. 정부는 외국인을 포함한 8만∼9만명이 살 수 있는 시설을 김포매립지에 건설할 예정이다. ◆ 부산항 광양항은 해운물류 중심지 정부는 세계적인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과 광양항 인근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 일본과 중국을 잇는 동북아시아 해운물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산신항 배후부지 93만평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하고 부산신항과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배후도로를 건설키로 했다. 광양항은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해운물류 환적거점으로 개발된다. ◆ 동북아 중심축과 지역 연계개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특성에 따른 연계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인천 부산 광양을 중심축으로 두고 주변지역을 기능별로 특화시킨다는 전략이다. 경기 고양시는 국제전시시설과 관광.숙박단지로 육성하고 부산항.광양항에 인접한 울산 창원 여수 진주 등지에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는 산업별 거점지역으로 개발키로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