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불확실성의 시대-열린 기획'이라는 제하에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PwC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계 33개국 CEO 1천1백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고경영자의 81%가 세계 경제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과제로 '비핵심 역량의 아웃소싱'을 지목했다. '공장과 사무실 축소'라는 응답 또한 73%를 차지했다. 이는 무한 글로벌 경쟁환경 속에서 경기변동에 강한 기업체질 구축이 현대 경영전략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아웃소싱 도입이 늦은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최근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국내 상장사 3백80개사를 대상으로 아웃소싱 활용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최근 5년간 2백17개 기업(57.3%)이 1천9백27개 분야(기업당 8.8개 분야)에 대해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정보처리 및 시스템개발이 9.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생산(9.1%) △경비.보안(9%) △건물관리.청소(8.3%) △경리(7.2%) 등의 순이었다.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이유로는 비용절감(54.7%)이 품질.서비스향상(27.3%)이나 고용부담 경감(24.3%)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전략적 차원에서의 아웃소싱 활용보다는 비용절감 차원의 전통적인 아웃소싱에 더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향후 아웃소싱을 확대할 분야로는 △생산분야(24.5%) △정보처리.시스템개발(19%) △기기점검.보수(7.5%) △R&D(6.1%) △복리후생(5.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아웃소싱 도입이 초기 단계의 비용절감에서 벗어나 점차 R&D 등 고부가가치 생산을 위한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그간 아웃소싱 계약시 가장 문제점으로 여겨지던 수요.공급기업간의 정보 부재와 상호간 신뢰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한국형 아웃소싱서비스수준합의서(SLA)'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아웃소싱 시장의 확대와 전문화에 호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가 용역사업자로 선정돼 개발 중인 SLA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1차 표준안을 완성한 상태다. 이달부터 아웃소싱 활용기업을 대상으로 인력파견 판촉 텔레마케팅 총무 등 4개 분야에 대한 시범적용을 실시하고 있다. 시범적용 후 내년 2월께부터는 업계에 본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