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9월중 일본 경제가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는데도 전문가들은 성장세가 이미 둔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진단했다. 이를 반영, 13일 도쿄증시의 닛케이(日經) 지수는 19년6개월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일본 내각부는 7∼9월 실질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7%, 연율기준 3%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의 이 기간 성장률 전망치 0.5%보다 0.2%포인트 높은 것이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내년 1∼3월 성장률 전망치도 높였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을 플러스 성장 전망으로 바꿨다. 일본은 올들어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외견상으로는 전후 최악의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성장세가 이미 둔화되기 시작했고 짧았던 경제 팽창기는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로 먼저 7∼9월 성장률이 전분기의 성장률 1%를 밑돌았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두번째로는 개인소비가 예상을 뒤엎고 0.8% 늘어나 이 기간의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러한 개인소비 증가는 `1회성'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기간 소득이 줄었는데도 소비는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7∼9월중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개인소비가 늘어난 것은 저축률이 낮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본 정부가 발표한 개인소비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통계를 내는 표본 가구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성장이 수출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이 향후 성장둔화를 예고하는 세번째 신호라고 분석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경제의 정체와 엔화의 강세기조로 일본의 수출증가율이 이미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SBC증권 도쿄 지점의 선임 연구원 피터 모건은 "일본의 수출증가율이 7∼9월에이미 급격히 둔화됐고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될 조짐이 보인다"면서 수출이 줄어들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의 발표자료를 보면 또 물가하락세가 경제에 지속적인 압박요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9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마이너스 1.6%을 기록해 전분기의 마이너스 1.0%에 비해 디플레가 더욱 심화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무수익여신 감축 지시에 따라 일본은행들이 대출한도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연정을 주도하는 자민당의 유력 정치인들은 1990년대처럼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공지출 확대를 위한 10조엔(835억8천만달러)규모의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GDP의 140%에 이르는 공공부채 누증 우려 때문에 가급적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정부와 국회가 3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쪽으로 절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쿄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