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가 계속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핵심 경제자문 그룹이 향후를 더 어둡게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놔 가까스로 재집권에 성공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른바 `5인 현자그룹'으로 불리는 경제자문위원회의 연례 보고서는 유럽연합(EU) 집행위가 독일의 재정적자 목표치 미달을 `공식 경고'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때를 같이해 슈뢰더 정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자문위는 "근본적인 개혁만이 경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도 독일 경제가 "심각한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야당에 의해 사퇴를 요구받고 있다. 볼프강 비에가르트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경제자문위원회는 13일 낸 보고서에서 독일이 올해 0.2% 성장하는데 그치고 내년에도 성장률이 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헬 장관은 앞서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5% 성장하고 내년에는 그 폭이 1.5%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보고서는 또 독일의 재정목표 달성이 내년에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슈뢰더정부가 증세(增稅)를 실현시키지 못할 경우 재정적자율이 3.3%를 밑돌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헬 장관은 독일의 올해 재정적자율이 GDP의 3.7%에 달할 것이라고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지난 97년 마련돼 유로 출범의 발판이 된 `유럽안정성장협약'에 따르면 유로국은 재정적자율을 3% 미만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GDP의 0.5%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유로국 가운데 포르투갈이 재정적자목표 미달로 첫 공식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재정이 좋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유로권 최대 경제국이며 더욱이 협약을 입안한 당사국이기때문에 공식 경고받는 것이 치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슈뢰더 정부의 증세 계획은 독일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의 반대 때문에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징세까지 목표에 미달한 상태라서 정부가 더욱 곤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자문위 보고서는 독일의 고용 사정도 개선되기 힘들 것임을 예고했다. 내년에 실업자가 417만명이 돼 실업률이 1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독일의 실업자는 400만명으로 비율로는 9.4%다. 슈뢰더 정부는 당초 지난 총선 전까지 실업자를350만명 밑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자문위 보고서는 일각에서 독일이 경기 회복기에 또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이른바 `더블딥'(이중 하강)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근본적인 개혁만이 독일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슈뢰더가 소속된 집권 사민당에 대한 지지가 떨어져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 1야당인 기민당 연합은 46%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집권당에 대한 이같은 지지 하락은 내년 2월 2일의 지방선거에 영향을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슈뢰더 정부는 더욱이 EU 집행위가 독일의 재정목표 미달에 조치를 취하기 위해관련 보고서를 오는 19일까지 제출토록 관계자들에게 지시했음을 밝혀 더욱 난처한 처지다. 한편 자문위 멤버인 악셀 베버 교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독일을 비롯한 유로사용 12개국 전반의 경기 둔화를 감안해 몇 달 안에 금리를 0.25-0.50%포인트 내리지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베를린 dpa=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