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농지 값이 꿈틀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물론 올해초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제주 경기 강원 충북 등 일부 지방 대도시 인근 지역 농지도 활발한 거래를 동반하며 오름세를 타고 있다. 아파트 등 도시지역 부동산시장이 침체조짐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농림부가 올초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도시자본의 농지개발 및 소유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이 서서히 '약발'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주5일 근무제 확산등도 농지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농림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정기국회에서 농촌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를 시도하는 등 농지가격 부양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농지투자는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 농지 투기 '신호탄'(?) =13일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농업진흥지역 안의 논 가격이 평당 3만6천1백원으로 3월말(3만5천9백원)보다 0.6% 올랐다. 이는 2001년 6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논 가격이 2분기(3만6천원)를 전환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인제 홍천 평창 영월과 휴전선 접경 지역인 고성 등 강원도 지역의 농지 가격이 하반기들어 20%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제군 미산리 내림천변 준농림지 2천여평의 경우 올 상반기 호가(7천5백만원)보다 27%오른 9천5백만원에 사겠다는 제의가 들어오지만 팔사람이 망설이고 있다. 서해 고속도로가 뚫린 안면도 해안변 농지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안면도 인근 농가주택으로 전용을 허가받은 준농림지 및 임야 6천평은 불과 5개월전보다 25% 오른 4억5천만원에 서울 등지에서 매수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돌공인중개사무소 진명기 사장은 "농림부의 지속적인 농지 규제 완화 정책과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노후를 위한 팜스테이평 주택이나 펜션(고급 민박)을 겸한 전원주택을 위한 농지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엇갈린 정부의 농지정책 =농림부는 도시자본을 농촌에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도시민의 3백평 이하 농지 소유 개정안에 이어 농촌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경부의 반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 갔지만 농림해양수산위 의원들을 통해 다각적인 로비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태. 농림부 농촌개발과 관계자는 "향후 임시국회나 다음 정기국회때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다시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서울의 고급 1가구1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부동산투기억제 정책을 펴는 한편으로 농지에 대해선 사실상 투자를 조장하고 있는데 자칫하면 '농지투기'로 번질 위험성이 농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 내부에서도 반론이 만만찮다. 재정경제부 세제실 관계자는 "농촌주택에 양도세 면제혜택을 주면 즉각 도시 자본의 지방농촌투자가 촉진될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실제 혜택을 보는 지역은 이미 지가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수도권 등 대도시 주변의 일부 농지에 국한될 게 뻔하고 지방농촌은 소외돼 '농촌간 부익부 빈익빈'현상만 심화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토연구원 채미옥 박사도 "주5일 근무 시대를 맞이해 전원주택에 대한 도시민의 수요를 고려한다면 규제를 푸는 것은 일리 있다"며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농촌에 대한 그랜드플랜이 없는 급격한 규제완화는 땅 투기만 조장하고 결과적으로 농업 공동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