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선도하는 삼성과 LG가 경영혁신부문에서도 "1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 경영기법들을 앞다퉈 도입하는가 하면 도입한 뒤에는 그 분야를 대표하는 그룹이 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두 그룹의 경영혁신 경쟁은 구본무 회장이 LG회장으로 취임한 95년2월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이전까진 93년에 이미 제2창업 5주년 기념식까지 마친 삼성이 "신경영"등으로 앞서가고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93년 제2창업 제2기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준비와 수련을 마친 만큼 이제는 혁신과 창조를 키워드로 항상 앞서나가야 한다"며 경영혁신의 기치를 올렸다. LG 구 회장이 거는 드라이브도 대단하다. 구 회장은 취임 즉시 "옛날식의 안일한 경영스타일은 더 이상 발 붙일 수 없다"며 10년 중장기 계획인 "도약 2005"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회사 임원들을 미국의 GE와 모토로라 등에 파견해 다국적 기업들이 어떤 경영을 하는지 배워오도록 했다. 그 첫 결과가 LG전자가 96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6시그마 경영혁신 운동"이다. 모토로라에서 1987년 처음 만들어진 6시그마운동은 95년 잭 웰치 당시 GE회장이 "고객"개념을 포함시키면서 전사적 경영혁신운동으로 승화된 것. GE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LG는 과감하게 이를 도입해 99년에는 그룹 전체적으로 이 운동을 펼치기로 선언했다. 현재는 전부문 전계열사가 6시그마로 무장해 있다. 삼성도 삼성SDI가 LG전자와 엇비슷한 시기에 6시그마를 도입했다. 삼성의 경우는 SDI를 비롯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코닝 등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연 2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 최고의 직장을 만들기 위한 두 그룹의 경쟁도 점점 가열되고 있다. "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 만들기 운동"의 경우는 삼성이 먼저 도입했고 LG가 뒤따르는 케이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로버팅 레버링이 창시한 "훌륭한 일터 운동"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지가 98년부터 "미국의 일하기 좋은 직장 100(Fortune 100)"을 매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 삼성전자는 포천 발표 이전인 97년 이 운동을 도입했다. 삼성에선 현재 삼성SDI가 삼성전자 못잖은 성과를 올리고 있고 삼성생명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LG는 도입은 다소 늦었지만 전그룹 차원에서 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계열사 인사.연수 담당자 20여명이 미국의 포천 1백대 기업을 배우기 위한 벤치마킹 연수를 다녀왔을 정도다. 6시그마나 훌륭한 일터 운동 등 눈에 띄는 것 뿐만 아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경영혁신도구인 트리즈(TRIZ)와 관련해서도 두 그룹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트리즈는 러시아의 발명가 겐리히 알트슐러(1926~1998)가 지난 40년대 개발한 체계적인 발명 방법론이다. 90년대초 미국에 이 이론이 소개된 이후 기업들은 설계 연구개발(R&D) 제조 안전 등 부문에서 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트리즈의 경우는 LG생산기술원이 지난 96년 가장 먼저 도입했고 현재는 삼성전자 등 삼성계열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그룹간 경영혁신 경쟁이 더욱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그 파급효과 때문이다. 협력업체는 물론 일반 중소기업들,여타 대기업그룹 그리고 정부 기관들까지 "삼성이나 LG가 한 것이라면" 벤치마킹할 준비가 돼있는게 현실이다. 삼성과 LG가 양(量)이 아닌 질(質)의 경쟁을 벌임에 따라 국내 경영수준도 덩달아 업그레이드(upgrade)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