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에 대해 조정명령을 내린 것은 업계의 과당경쟁으로 선박 수주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격경쟁이 더 과열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 전체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정부 보조금에 따른 저가 수주를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리 조선업계를 제소해 놓은 점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조정명령은 산업자원부 장관이 수출물품의 가격이나 수량,지역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대외무역법 43조1항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물품 수출이 공정거래를 교란시키거나 대외 신용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을 경우 발동토록 돼 있다. 조정명령에 대해 대우조선측은 일단 정부의 요구대로 수주가격을 5천8백만달러로 맞추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독일 현지에서 최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성립 사장이 선박 사양의 고급화 등 조건을 변경해 수주가격 인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측은 그러나 "당초 제시한 5천5백만달러가 결코 저가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곧바로 산자부에 이의신청을 냈다. 이번 수주건과 관련해서는 대우조선이 따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독일 함부르크-수드사가 가격조건,기술능력,품질 등을 고려해 대우조선과 최종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한국조선공업협회에 보내왔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를 거의 포기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우가 불공정 경쟁에 나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해 산자부에 조정명령을 신청하게 됐다"면서도 "발주사가 대우를 협상 상대방으로 선택한 이상 대우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쨌든 선박 수주를 둘러싸고 정부가 개입하는 사태까지 생긴 것은 세계 선박 발주시장의 위축과 수주 경쟁 격화에 따른 선가 하락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중 세계 선박 발주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한 6백만4천CGT에 불과했다. 올 들어 9월까지 국내 업계가 수주한 물량도 전년 동기 대비 28.9% 감소한 3백94만CGT에 그쳤다. 국제 신조선 선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3천5백TEU급 컨테이너선의 국제 평균 건조가격은 척당 3천3백만달러로 주저앉았다. 지난 2000년 평균가격은 4천1백50만달러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명령에 대해 "그동안 저가 수주가 횡행했음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해 WTO의 판정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