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6개월째 동결키로 결정한 것은 국내 저금리기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제는 콜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못올리고 설사 콜금리를 올렸다 해도 시장금리가 그만큼 따라가지도 않는 상황이 됐다. 지난 5월 한은이 콜금리를 연 4.0%에서 4.25%로 인상한뒤 채권금리가 1%포인트 이상 하락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이 한은은 최근 6개월간 세계경제 불안 등 대외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선진국들의 금리인하 도미노 속에 한국만 '나홀로 금리인상'을 고집하기도 어렵다. ◆ 콜금리 왜 못올리나 한은이 지난 6월 이후 콜금리를 동결할 때마다 꼬박꼬박 밝힌 이유가 '대내외 경제불안'이다. 미.이라크간 전쟁 가능성으로 이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반면 주요 콜금리 인상요인으로 지목되던 국내 부동산의 가격은 최근 들어 한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할 계획이어서 '나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 약발 떨어진 콜금리 한은의 금리정책이 효과적인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5월 콜금리 인상당시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6.3%대였지만 현재 연 5.2%대로 1%포인트이상 내렸다. 금리를 낮춰도 돈이 흘러넘치는 은행들은 매달 여·수신을 낮춰 평균 수신금리가 9월엔 연 3%대에 진입했다. 금리수준에 관계없이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최근 1∼2%대에 불과하다. 물가수준을 겨우 웃도는 예금금리 탓에 저축률도 올 상반기 26.9%로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 저금리 고착화될 듯 이처럼 저금리가 가속화되는 것은 돈은 넘치는데 쓰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9백억달러를 웃돌아 대대적인 통화공급 요인이 됐다. 시중에는 3백50조원 이상 부동자금이 떠돌고 있지만 금융권에선 가계대출 외엔 달리 굴릴 곳이 없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식으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또 산업구조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없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것도 기업의 자금수요를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금리 동조화 현상에서 한국만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내에서 고금리를 유지하면 곧바로 외국자본이 밀려들어 금리가 낮아진다는 얘기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서면 콜금리를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저금리 기조에서 완전히 방향을 선회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