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발표한 회계제도 개혁안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 기업의 재무 투명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계부정이 주가 폭락과 기업 신뢰도 추락을 불러와 투자 및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지면서 경제를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투명성을 명분으로 기업과 대주주에게 지나치게 포괄적인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지적도 많아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대주주 및 경영진 책임 강화 =사업보고서 등에 대한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서약을 의무화하고 결과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대주주 등 '사실상 지시자'에 대해서도 허위공시에 대한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을 증권거래법에 명시키로 했다. 회사가 주요 주주나 임원 등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담보를 제공할 때는 이사회 승인을 거치고 이자율 대여조건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또 재무제표 확정(승인)기관을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로 바꿔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고 보고서 제출시간을 앞당기도록 유도키로 했다. 다만 상법과 배치된다는 점을 감안, 법무부 등과 협의를 거쳐 법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회계감시를 위해 경력과 능력을 따지는 등 감사의 자격요건도 강화키로 했다. 오는 2005년 말 소멸되는 한시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규정돼 있는 내부회계관리제도 및 내부고발자보호제도를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옮겨 영구 법제화하기로 했다. ◆ 회계 관련 공시 강화 =현행 개별재무제표 중심의 공시방식을 연결재무제표 위주로 바꾸기로 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재무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보조지표인 연결재무제표를 주(主)재무제표로 삼고 제출시한도 현재보다 1개월 앞당겨 사업연도 말부터 3개월 이내로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12월법인의 경우 당해연도 실적을 이듬해 3월 말까지 연결재무제표로 공시해야 한다. 정부는 특히 연말 사업보고서뿐만 아니라 분기·반기보고서도 연결재무제표로 작성.제출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기업이 사업보고서에 첨부하는 방식이 옮겨 적는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고 책임소재의 논란도 많다는 지적에 따라 감사보고서를 사업보고서 본문에 포함시켜 공인회계사가 감사의견을 직접 기재.서명토록 했다. 합병이나 분할, 영업 양수.도 등으로 발생하는 비정기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외부감사인 검토를 받거나 감사증명을 첨부토록 했다. 재무제표 이외의 공시서류에 대해 애널리스트 등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할 경우 해당 전문가의 서명을 받아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스톡옵션 관련 비용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도록 평가방법을 공정가액법으로 일원화시키기로 했다. ◆ 감사의 공정성 확보 =회계법인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감사와 컨설팅 업무간의 '방화벽'을 설치키로 했다. 이해상충 소지가 큰 컨설팅 업무의 수행은 금지한다는 것이다. 회계법인의 책임 강화를 위해 현재 회계감사준칙에 규정돼 있는 감사조서 보존의무(5년)와 벌칙을 법률에 명시할 방침이다. 회계감독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금감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회계감독 기능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회계 관련 조직과 인력도 늘리기로 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