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 직원들은 스스로 골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거래처나 협력업체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는 것은 진작부터 금지됐다. 골프 접대의 부담을 협력업체에 지우면 삼성에는 그 몇 배의 손실로 되돌아 온다는 게 임직원들의 머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특히 지난달 그룹구조조정본부의 감사결과 한 계열사 부장급 직원들이 거래처 초청으로 골프장에 갔던 사실이 적발된 뒤 내부 단속이 훨씬 강해졌다. 업무상 협조가 필요한 계열사간에 골프를 치는 것도 부작용을 우려해 가급적 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계열사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거래업체와 지나치게 유착한 사실이 드러난 임직원들을 대거 중징계한 일도 있었다. 연구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초고속 승진을 하던 핵심 임원마저 가차없이 해임시켰다. 해당 협력업체는 삼성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신규거래가 어려워졌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내부직원들에게 윤리경영을 강조하는게 삼성의 오랜 전통이다. 삼성의 윤리경영은 단순히 깨끗한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제대로 이익을 내고 경쟁력을 갖춰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신념이 내재화돼 있다. 업계의 관행이나 영업상 필요에 의한 일조차도 윤리적인 기준에 어긋나면 일벌백계로 다스린다. 금융업계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카드업계에는 신규 고객확보를 위한 과당경쟁이 벌어졌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도 자격이 없는 일부 고객에게 카드를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적발된 건수는 전체 회원수에 비하면 미미했지만 그룹으로부터 고강도의 경고를 피할 수 없었다. 이 일이 있은 뒤 지난 5월 열린 금융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이건희 회장은 "금융업의 본질은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강도높게 질책했다. 또 "정도경영에 힘써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최근에도 틈날 때마다 돈을 좀 더 벌기 위해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행위를 한다면 금융기관은 설 자리가 없다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 각 계열사들은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에 걸쳐 각각 윤리강령을 제정하는 등 윤리경영의 틀을 재정비했다. 계열사들은 원리원칙을 중시하면서도 현실에 적합한 내부 기준을 만들어 놓고 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텔업계의 경우 직원들의 서비스에 보답하는 팁이 일반화돼 있다. 신라호텔의 경우 팁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팁문화에 젖어 있는 외국인들중에서는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라호텔은 직원들이 정중하게 거듭 거부하는 데도 팁을 꼭 주겠다고 나서는 경우에는 "고마운 마음만 받고 주신 팁은 어려운 이웃을 돕도록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삼성이 내부 직원들의 단속에는 엄하지만 가끔 구설수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송자 교육부 장관을 포함한 사외이사들에게 실권주를 주었던 사실이 여론의 비판 표적이 됐었다. 삼성은 다양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갖고 회사경영에 도움을 주는 사외이사들에게 보상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었다고 해명하고 사외이사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였다. 이같이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국내는 물론 해외의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깨끗하다'는 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