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의 A모국장은 장관이 국무회의나 국회에서 머물 때마다 은근히 짜증이 난다. 사무실은 제쳐 두고 강북의 명동 은행회관으로, 여의도 산업은행으로 뛰어다니느라 귀한 시간을 길바닥에다 허비하기 일쑤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남태령을 넘어 과천청사의 사무실로 돌아오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그래서 일할 의욕마저 없어진다. 이러한 사정은 A국장 뿐만아니라 모든 재경부 간부들에게 공통적인 현상이 되고있다. 이유는 단 하나. 재경부 청사가 경기도 과천에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장관이 강북에서 업무를 볼 때마다 재경부 간부들은 "경제부처를 광화문으로 옮겨야 한다"는 희망을 갖지만 그때 뿐이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 때나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현안을 듣고자 할 때 등재경부 업무의 상당부분은 바로 광화문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장관이나 간부들이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재경부 장관은 이같은 불편을 최소화하고 이동간 거리를 줄이기 위해 은행회관과 산업은행에 비공식 집무실을 갖춰놓고 있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국책금융기관 등에 임시 집무실을 두고 재경부 결재를 받는등 이중, 삼중의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는 12월 새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것과 관련, 재경부 등 경제부처를 세종로 정부청사 옆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거래소 등 시장과 은행 등 금융기관이 모두 강북에 있거나 여의도에 있는상황에서 실물경제 담당자들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듣고 거시경제정책을 수립.실행해야 하는 재경부가 과천에 멀리 떨어져 있는 현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재경부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재경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공기 좋은 과천에 떨어져 있어서 맑은 머리로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푸념이 상당하다. 재경부 한 간부는 "워낙 오래된 일이어서 이제 이전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이상할 정도"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계기로 경제부처를 실물경제에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주요 투자자들도 재경부를 방문하려면 인천공항에 내려서 서울외곽을 돌아과천으로 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