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혜택을 받고도 보험료를 떼먹는 부실.부도기업, 유령회사들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멍들고 있다. 사채업계 등에서 수없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유령회사들과 벤처경기 후퇴로 인한 퇴출기업 급증 등으로 건강보험금 연체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직장건강보험 관리마저 부실해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말 현재 직장보험료 연체 누적액이 1천억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회수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징수팀원 A씨는 "보험료 연체액이 계속 불어나는 회사에 가보면 실체 확인조차 힘든 유령사업장이거나 보험료를 떼먹고 직원들이 종적을 감춰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 혜택은 쉽게 주어지는 데 반해 보험료 납부 능력을 확인하는 사전 조사와 사후 체크 절차나 기능은 너무 부실하다"고 털어놨다. 건강보험공단이 파악한 '지역별 직장보험료 체납 현황'을 보면 올해 9월 말까지 서울지역 연체액이 3백75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서울에서도 강남지역 연체 규모(1백3억원)가 압도적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벤처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테헤란밸리 등 벤처기업이 집결해 있는 강남지역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몇년새 사채업자들이 불법금융거래를 위해 무려 1만여개의 유령회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면서 "이처럼 무수하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각종 회사들의 보험료 부담능력을 미리 체크할 제도적인 장치가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 구멍난 관리체계 =개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장을 설립하고 나서 사업장 통보서 사업장 현황 등 구비서류만 접수하면 즉시 보험 혜택이 주어지는데다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 규모(과거엔 5인 이상 사업장에만 혜택)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들이 직장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보험금을 떼먹는 얌체기업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법에는 신고자료가 미비하면 현장 실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같은 관리규정은 유명무실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전국 직장보험 가입 사업장은 약 40만개인데 징수담당 직원은 내근자를 포함해 수백명에 불과하다"며 "실사를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 대책 시급 =검찰에 따르면 자본금 가장(假裝) 납입 방식으로 서울에 설립된 유령 사업장은 지난 1년 동안 1만3백여개에 이른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사별 현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 유령 사업장의 직장보험료 연체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연체금액이 매년 급증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어 관리체계 개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이 최근 월보험료를 세번 이상 체납한 사용자에 대해 보험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사전 예방책이 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건보공단의 상위기관인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직장보험료로 현재까지 5조원이 부과됐는데 연체금이 5백억원 정도면 징수율이 99%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체금이 급증하고 있어 관리체계 개선을 서두르겠다"고 덧붙였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