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시찰단이 제주도 방문을 마지막으로 8박9일에 걸친 남측의 주요 산업.관광 시설 방문을 마치고 3일 오후 서울을 떠났다. 시찰단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방문을 위해 인천공항을 출발하기 직전 '북측 경제고찰(考察)단 서울출발 성명'을 발표, "고찰 사업의 성과적 보장을 위해 성의 있는 협조와 노력을 기울여준 남측 관계자들과 남녘의 여러분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인사했다. ◆ 남측 경제 '학습'에 열의 18명으로 구성된 이번 시찰단엔 부총리급인 박남기 북한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포함돼 처음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남측에 내려오기 전 빡빡한 일정으로 방문할 곳을 지정했고 예정에 없던 방문지를 매일 1∼2개씩 추가하는 열성을 보였다. 시찰단은 가는 곳마다 자료를 챙겼고 전문성 높은 질문을 했다. 안내를 맡았던 한 정부 관계자는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신의주.개성 특구건설을 통해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북한이 남쪽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운다는 자세를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찰단장인 박 위원장은 자신들을 '생각하고 관찰하는' 고찰단(考察團)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 인적네트워크 형성에 주력 시찰단은 방문하는 기업마다 자체 기술개발 여부를 묻고 합작 가능성을 타진했다. 신의주 특구 개발을 의식해서인지 관광·위락단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경주 보문단지 등에서 놀이공원과 골프장의 경영 및 운영, 수익배분 방식을 질문하고 자료를 챙겼다. 시찰단은 일과 후 지역 상공인들과의 만찬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박 단장은 "많은 시설을 보는 것도 좋지만 많은 동포들을 만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사업 추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 남북경협 새 전기 맞을지 주목 북한 시찰단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남쪽 경제로부터의 '한수 배우기'에 주력, 향후 남.북한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 문제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기류가 해소되지 않는 한 남북한 경협은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의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이 핵문제를 매듭짓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얘기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